멀고 먼 부산 침례병원의 ‘봄’…휴업·파산 이어 경매까지
  • 부산 = 서진석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정해린 인턴기자
  • 승인 2019.01.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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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1차 경매, 오거돈 시장의 공공병원 전환 공약 ‘공수표’ 우려
부산 침례병원 ⓒ연합뉴스
부산 침례병원 ⓒ연합뉴스

법원의 파산 선고로 생명을 다한 침례병원이 ‘부산의료원 분원’으로 다시 소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뜨겁다.

침례병원은 1955년 영도구 영선동에서 시작해 1999년 금정구 남산동에 신축 개원했다. 지역 유일의 종합병원으로 한 때 650여 병상 가까이 운영됐지만 2016년부터 경영난을 겪어 오다 2017년 1월 27일 기약 없는 휴업에 들어갔다.

이후 법원의 파산 선고에 이어 경매 개시 결정이 이어졌고 병원 직원들과 보건노조는 침례병원을 공공 병원으로 전환시켜 지역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거리로 나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거돈 시장도 ‘침례병원의 공공의료기관 전환’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병원과 보건노조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현재 오시장의 공약은 이행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부산시는 시장 공약 이행을 위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오는 8월 예정인 조사 결과가 나오기 7개월여나 앞선 지난 1월 17일 매각을 위한 1차 경매가 시작됐다.

다행히(?) 1차 경매는 유찰됐지만 2월 예정인 2차 경매 등에서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경우 오거돈 시장의 처방은 ‘사후약방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병원 노조 등에 따르면 침례병원은 경영난으로 2014년부터 임금의 일부를 미지급 해오다 2016년 8월부터는 임금을 아예 지급하지 못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조는 2017년 11월 회생 신청까지 했지만 병원을 청산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법원은 2018년 4월 이를 기각했고 같은 해 7월 14일 최종 파산 선고를 내렸다.

파산 당시 침례병원의 자산총계는 895억 7900만 원, 부채총계는 967억 1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부채 중 퇴직금을 포함 체불임금은 3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대책위의 공공병환 전환 집회 모습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시민대책위의 공공병원 전환 집회 모습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노조 및 시민단체들 공공병원 전환 요구, 부산시는 '거북이 걸음'

파산 후 병원 노조 측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와 함께 지역 시민단체인 부산사회복지연대, 보건단체 등 30여 곳으로 구성된 ‘침례병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부산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침례병원을 공익 병원으로 전환하자고 요구했다.

이들은 부산시나 보건복지부가 침례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기관이나 국립치매센터 기능을 갖춘 건강보험공단의 제2 직영병원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병원 해고자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일하려면 공공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부산지역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들도 '공공의료 확충과 침례병원 매각 절차 중단을 위한 부산 보건의료인 1000인 선언'을 발표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 제2직영병원 설립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시민대책위와 의료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공공병원 전환에 대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긍정적인 답변에 이어 6‧13 지방 선거 당시 오거돈 부산 시장도 공공병원 전환을 약속했다.

오 시장은 당선 이후 보건의료노조와 정책협약을 체결하며 공공병원 전환을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부산지법 파산부도 지방선거 이 후 경매를 한 달 더 연기했다.

하지만 전담팀 구성 이후 부산시가 더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자 법원은 신속한 매각을 원하는 채권자들의 요구와 병원 유지관리비 부담을 이유로 경매 개시를 결정했다.

부산시 “부산의료원 금정 분원으로 전환 추진", 문제는 속도

첫 경매는 지난 17일 진행됐으며, 경매 기준가는 병원 건물 감정가인 859억 원으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2차 경매는 2월 21일로 최저 입찰가격은 1차 보다 20% 떨어진 687억 여원이다. 1,2차 경매에 이어 3월 28일 3차, 5월 2일 4차가 이어진다.

현재 부산시는 행정안전부에 의뢰한 공공병원 투자 타당성 심사를 위한 용역 발주를 준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예산 3억 원을 올해 본 예산에 편성했으며 조사는 공공병원 설립의 필요성과 경제성, 공공병원으로서 기능과 역할에 대한 항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1월에 투자 심사 신청을 하면 조사 결과는 8월에 나올 예정으로 경매가 이미 끝난 뒤다. 그 사이에 침례병원이 매각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또한 침례병원을 인수해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1387억여 원이 올해 시 예산에 편성돼 있지 않아 법원의 매각 추진에도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예산 1387억 원은 건물매입비 569억, 의료장비 343억원, 기타운영비 50억으로 구성돼있다.

2차 경매를 앞둔 시점에서 부산시의 해결 방법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돈'과 '속도'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병원 인수를 위한 예산 확보에 실패하거나 병원이 제3자에 낙찰될 경우 오거돈 시장의 공약과 부산시의 추진 약속은 텅 빈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되고 만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지난 1월 11일 시민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22일 “법원, 채권단과 경매 연기 등 세부 계획을 협의 중"이며 침례병원을 부산의료원 금정분원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와야 예산 확보를 비롯한 밑그림이 그려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에 앞서 병원이 낙찰되거나 예산 확보가 불발될 경우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때 700여명에 달하던 침례병원의 근로자들은 하나 둘 떠나고 현재 30여명이 남아 기약없는 공공병원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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