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청소년 인싸템, 한국 상륙해 담배 시장 흔들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7 19:17
  • 호수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 한 번의 담배 전쟁 예고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
KT&G도 대항마 ‘릴 베이퍼’ 출시

‘담배업계의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한다. 미국 전자담배 ‘쥴(JUUL)’ 얘기다.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5%를 차지한 쥴이 최근 국내 출시를 확정하면서, 국내 담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보건 당국도 법적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 쥴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쥴은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액상형 전자담배다. USB 모양의 기기에 ‘팟(POD)’이라는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방식으로, 액상 니코틴을 가열해 연기로 바꾼 후 흡입하는 형식이다. 과일향, 민트향, 오이향 등 다양한 향을 첨가해 기호도를 높였다. 

쥴이 출시 2년 만에 미국 시장점유율 70%를 돌파한 데는 미국 청소년들의 영향이 컸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싸템(인사이더들의 아이템)’으로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쥴을 통해 흡연을 하는 것을 뜻하는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현재는 영국과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쥴이 판매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에 최초로 상륙한다. 5월24일 GS25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과 면세점을 통해 국내에 정식 출시될 계획이다. 

ⓒ AP연합·pixabay
ⓒ AP연합·pixabay

사용 편리하고 구매 용이해 인기

쥴의 입성이 한국 담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2017년 5월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로 국내 담배 시장을 뒤흔들었을 때의 담배 시장 판도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BAT코리아는 ‘글로’를 대항마로 내놓았고, KT&G도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했다. 이후 필립모리스와 KT&G의 양강 체제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굳어졌고, 전체 담배판매량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8%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격전지였다. 필립모리스가 1년 반 만에 아이코스3와 멀티를 선보였고, KT&G는 릴 플러스, 릴 미니 등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경쟁에서 뒤처진 BAT코리아도 글로 시리즈2를 출시하는 등 2세대 모델 경쟁에 동참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를 돌파했다. 향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해 2022년 전체 담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코스의 진입과 KT&G의 뒷심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형태의 액상형 전자담배가 침투한 것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내 수요도 최근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1~8월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액은 약 1540억원으로, 2017년 273억6000만원보다 5배 이상 급증했다. 그동안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용자가 액상 니코틴을 구매한 뒤 양을 조절해 기계에 넣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5월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쥴’은 ‘담배업계의 아이폰’이라 불린다. USB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함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 AFP 연합·REUTERS
5월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되는 ‘쥴’은 ‘담배업계의 아이폰’이라 불린다. USB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함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 AFP 연합·REUTERS

액상형 카트리지 팟 ‘시드’도 출시 

반면 쥴은 액상 카트리지 팟을 기호에 맞춰 구입한 뒤 기기 본체에 끼워 피우는 방식이다. 액상을 옮겨 담을 필요가 없어 일반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액상형 전자담배는 전문 판매점에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쥴은 편의점이나 면세점 등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쥴이 입성할 경우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 예측되는 이유다. 

쥴의 등장으로 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KT&G는 쥴에 가장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쥴의 한국 진출에 대비해 이미 ‘릴’ 시리즈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개발했으며, 지난 4월 상표권을 등록한 쥴보다 훨씬 전인 1월과 2월에 상표권 출원을 마쳤다. KT&G의 액상형 전자담배 ‘릴 베이퍼(vapor)’와 액상형 카트리지 팟 ‘시드’는 쥴 출시 사흘 뒤인 5월27일 출시될 예정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을 판매처로 정한 쥴에 대항해, KT&G는 편의점 CU를 통해 판매에 나선다. 쥴과 유사한 외형을 띠고 있지만 디바이스 상단에 슬라이드를 장착하고, 진동으로 베이핑 양을 알려주는 기능 등을 추가해 시장 확보를 노리고 있다. 글로벌 전자담배 제조사 죠즈 역시 총 3종의 액상형 전자담배 개발을 완료하고 2019년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 제품을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죠즈 역시 5월초 상표권 등록을 완료했다.

국내 담배 시장에서 쥴이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이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미국에서 쥴이 성공한 요소 중 하나는 ‘맛’이었다. 담배를 피웠을 때 연기가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말하는 ‘타격감’과 연기가 뿜어지는 양을 뜻하는 ‘연무량’이 다른 전자담배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될 쥴은 미국 현지에서 파는 것과 니코틴 함량이 달라 맛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쥴 팟 니코틴 함량은 1.7%, 3%, 5% 세 가지지만, 국내에서는 유해물질 관련법에 따라 니코틴 함량을 1% 미만으로 낮춰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도 있다. 세금 문제다. 쥴의 세금은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쥴 팟 1개의 부과 세금은 담배소비세 440원, 개별소비세 259원, 지방교육세 276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68원, 폐기물부담금 17원 등 총 1360원으로 추산된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니코틴 1mL당 1799원의 세금이 책정되는 전자담배의 특성과 쥴의 니코틴 함량이 0.7mL인 것을 고려해 도출한 결과다. 쥴 팟의 개당 소비자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 1갑과 동일한 4500원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부가세는 409원으로, 쥴 팟 1개에 부과되는 총 세금은 1769원이다. 소비자가격의 39.3% 수준으로, 쥴의 담뱃세는 일반 담배의 절반(53.2%) 수준에 그친다. 일반 담배 1갑의 세금은 3323원으로 소비자가의 73.8%에 달한다. 이러한 담뱃세 격차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일었던 과세 형평성 논란과 그에 따른 담뱃세 인상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전용 스틱 ‘히츠’를 4300원에 국내 시장에 출시했을 때, 과세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담뱃세는 일반 담배의 50〜60% 수준에 머물렀다. 세금이 낮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법률을 개정해 개별소비세, 담배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잇달아 인상했고, 히츠는 4500원으로 인상됐다. 담뱃세도 일반 담배의 90% 수준인 3400원까지 올랐다. 정부는 쥴이 실제 출시된 뒤 시장의 반응을 살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쥴랩스코리아 관계자는 “세금 부분에 있어서는 법으로 정한 비율에 따라 명백하게 하고 있다.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그에 따라 지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