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항공기 조종사들, 비행 중 기내에서 버젓이 흡연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7 13: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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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전문가들 “조종실 내 흡연, ‘내로남불’ 넘어 항공 안전과 직결”

항공기 안전운항 의무를 가진 조종사 일부가 운항 중 조종실 내에서 공공연하게 흡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기 내 ‘최고 권력자’인 기장을 중심으로 한 흡연은 일종의 ‘칵핏(조종실) 문화’로 굳어져 상당수 항공사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내부 증언들이 나왔다. 흡연 등 승객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책임을 가진 기장이 오히려 ‘내로남불 기내 흡연’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덕성 문제를 넘어 항공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모든 항공사는 기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화재 위험과 비상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항공보안법은 승객들이 기내에서 담배나 전자담배를 이용해 흡연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흡연을 비롯해 항공기 내 보안을 해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는 기장이나 기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승무원이 불법행위를 저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즉 항공기 안전과 질서를 최우선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장들 일부가 오히려 이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 일러스트 김세중
ⓒ 일러스트 김세중

승객 흡연 시 1000만원 벌금…일부 조종사들의 ‘내로남불’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한 항공사 조종사들이 올해 비행 중 흡연한 사실이 적발돼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정직 2개월과 승격 자격 제한 등의 자체 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조종사들의 항공기 내 흡연은 이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사저널이 국내 항공사를 취재한 결과, 조종사들의 비행 중 기내 흡연은 많은 항공사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A항공사에서 근무하는 한 기장은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시사저널과 만나 “승객들의 흡연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 처벌하고 있지만 정작 조종사들의 조종실 내 흡연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의 흡연은 안 되고 자신들은 괜찮다는 ‘내로남불’ 문제도 있지만, 이는 항공기와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 항공사인 B항공사에서 근무했던 기장 역시 “조종실에서 흡연하는 기장들이 있다. 나이가 많은 기장들이 주로 그렇다”고 증언했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도 이 문제는 수차례 지적됐다. C항공사 직원은 “항공사 기장들 조종실에서 담배 엄청 피워댄다. 그런 ××들이 기내 흡연하는 승객들 경찰 인계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D항공사 부기장은 “비흡연자인데 기장님들은 웃으면서 흡연을 하시니 고통스럽다. 제발 역지사지해 달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C항공사 승무원은 “기장님이 화장실 간다고 나오셨는데 칵핏에서 담배 냄새가 엄청 나서 놀랐다”며 “승무원은 흡연 승객이 있을까봐 조마조마한데 (기장이) 흡연을 한다”고 지적했다.

왜 이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우선 흡연을 하는 사람이 가장 직급이 높은 기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신고를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한 기장은 “회사에서는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비행하면서 (흡연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이게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는 한 항공사 직원이 “왜 신고를 하지 않느냐”고 따지듯 묻자 “(흡연하는) 수가 한둘이어야… 다 신고하면 비행기를 세울 수도 있다. 저도 용기가 없어 신고는 못 하고 있다”는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대부분 항공사들은 시사저널에 “조종실 내 흡연은 내규나 운항 규범, 금연 규정 등에 따라 조치하고 있지만 신고가 접수되거나 적발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접촉한 항공사 관계자들의 증언은 정반대였다. 항공사 측에서도 조종사들의 흡연 행위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제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항공사 기장은 “회사 측에서 공지를 하긴 하지만 증거 수집이 어려운 데다 신고를 해도 경고에 그치는 등 별다른 처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일부 기장들이 계속 흡연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 항공사는 흡연과 관련한 보고가 접수돼 조종실 내 전자담배 사용을 금지시키는 규정을 만들고, 직원들에게 흡연을 하지 말 것을 공지했다. C항공사에서는 조종사의 비행 중 기내 흡연이 올해 두 차례나 적발돼 내부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조종사 흡연으로 인해 긴급하강 발생 사례도

항공 전문가들과 실제 운항을 맡는 조종사들은 기내 흡연이 항공 안전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18년 7월 중국 국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조종사가 전자담배를 피우다 ‘롤러코스터 비행’을 해 면허를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 당시 비행기가 긴급하강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했는데, 중국 당국의 조사 결과 조종사의 기내 흡연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종사가 조종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다 객실로 담배 연기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기순환밸브를 잠그려 했는데, 공기조절밸브를 잘못 잠그는 바람에 객실 내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긴급하강이라는 비상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운항을 담당하는 기장들은 조종실 흡연이 이런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기장은 “조종실에는 연기 감지 장치가 없다. 연기가 발생하면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스위치가 있는데, 일부 기장들이 흡연 시 그 스위치를 작동시켜 연기를 바깥으로 빼내는 조작을 한다”고 했다. 그는 “이 경우 공기순환장치와 공기조절장치 스위치 두 개를 동시에 조작해야 하는데, 공기조절장치 스위치를 잘못 건드리면 최악의 경우 승객들 쪽으로 가는 공기가 희박해져 산소마스크가 자동으로 내려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C항공사 기장 역시 “기내 공기 흐름은 앞쪽에서 뒤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조종실에서 연기가 발생할 경우 뒤쪽(객실)으로 퍼질 수 있다. 그래서 (조종사들이) 흡연을 하면서 공기조절장치를 조작해 일시적으로 흐름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실수로 조작을 잘못할 경우 기내 압력이 떨어지면서 공기가 희박해지게 되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산소마스크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항공사 기장은 “조종실 내 흡연 문제가 알려지면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승객의 안전’”이라면서 “한 명의 일탈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보안법, 기내 흡연 ‘승객’만 막아

그러나 현재 기장·부기장 등 운항 승무원들의 흡연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항공보안법 23조에서 ‘승객의 협조 의무’로 항공기 내 흡연을 규제하고 있지만, 그 주체는 ‘승객’에 한정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보안법은 ‘승객이나 탑재 물품이 불법행위를 유발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안전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운항 종사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항공안전법 57조는 운항 승무원의 음주, 약물 복용 등은 금지하고 있지만 흡연 행위에 대한 규제는 없다.

항공 소송을 전문으로 대리하는 김지혜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항공보안법은 기장, 승무원, 승객을 구별해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흡연 등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승객’의 범주에 기장을 비롯한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행법은 운항 승무원의 흡연 행위를 제재하고 있지 않다. 승무원의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 기장이 승무원 등의 기내 흡연 행위를 규제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각지대’에 우려를 나타냈다. 심종수 중부대 항공서비스과 겸임교수는 “조종사들의 기내 흡연은 대외적으로 문제가 알려지지 않아 처벌 조항이 없었지만, 이를 금지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심 교수는 “승객들은 강력 처벌하면서 운항 승무원들의 불법은 묵인한다면 항공 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다. 항공사 자체에서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고,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관련 법규를 손볼 예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련 법규를 개정해 기장 등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의 기내 흡연을 금지하고, 기내 흡연 시 자격 정지 또는 벌칙을 가하는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항공 종사자의 흡연에 대한 제재가 어려웠다. 항공 인력의 흡연은 기내 안전을 위협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법안을 개정해 항공 안전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담배 보급 이후 기내 불법 흡연도 늘어

현재 기내에서의 흡연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항공보안법 개정으로 기내 불법행위 처벌 수준이 강화되면서, 기내 흡연을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2008년 법제처가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전자담배도 전면 금지돼 같은 처벌을 받는다.

일부 승객들이 전자담배는 냄새가 적게 나고, 발생하는 연기가 일반 담배 연기와 달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전자담배 역시 연기 감지기를 작동시킨다고 항공사 직원들은 전했다. 수증기라 하더라도 화재 감지기에 닿을 경우 화재 경보가 울리게 되고, 조종사 입장에서는 화재 경보가 어떤 것으로 인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비상착륙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전자담배 보급이 확산되면서 기내 흡연 적발 건수도 크게 늘었다. 최근 5년간 항공기 내 불법행위 중 흡연은 80% 이상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의 경우 흡연 행위가 278건 적발되는 데 그쳤다. 2015년 381건, 2016년 364건, 2017년 363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2018년 428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적발된 건수만 225건이었다. 대응절차와 처벌 기준이 강화되면서 적발 건수도 늘어난 것이다.

승객들의 흡연 적발 건수는 늘고 있지만, 흡연을 하는 조종사들을 적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항공사 기장은 “조종실 내에는 연기 감지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흡연을 하더라도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전자담배라고 해도 특유의 냄새가 발생하고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있어 고충을 토로하는 부기장들이 많다”며 “국토부가 이를 감독하고, 항공사 측에서도 신고가 된 건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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