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혐오시설, 이젠 옛말”…남원시, 유치 추진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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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장 70% 이상 건립 찬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12월 말 법무부에 유치 의사 공식 건의, 업무협약 추진

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방에 유치하겠다는 것을 ‘핌피(PlMFY)현상’이라고 한다. 핌피 현상은 공항, 철도 등 국책사업이나 대학교, 종합병원, 쇼핑몰, 문화시설 등 선호시설 유치에서 많이 나타난다. 핌피는 각 지자체나 사회단체는 이들 사업을 자신의 지역으로 끌어오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지만 때로는 치열하게 대립하면서 지역 간 갈등의 골을 깊게 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호남고속철도 천안-오송 분기점 논란이 대표적이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전남 광양 율촌산단 경계를 놓고 여수순천광양 등 광양만권 3시(市)가 다투는 모습은 ‘도 넘은’ 핌피 사례로 꼽힌다. 

반면에 님비(NIMBY)현상이란 ‘혐오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지역이기주의를 가리키는 말이다. 님비현상의 예로는 쓰레기소각장이나 매립장, 정신요양시설, 원자력발전소나 핵 처리시설 같은 환경시설 건립 반대 등이 있다. 요즘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소 설치가 부쩍 님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과거 교정시설도 기피·혐오 시설 이미지 때문에 지역에 교도소가 들어서면 주민 반발이 심했다. 님비현상의 과녁이 된 것이다. 

'쇠락해 가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교도소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남원시. 남원시청 전경 ⓒ남원시
'쇠락해 가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교도소 유치에 발 벗고 나선 남원시. 남원시청 전경 ⓒ남원시

‘격세지감’ 4년 전 주민 반대로 무산…유치추진위 발족 

하지만 이제는 교도소가 ‘기피시설’이라는 말은 옛말로, 오히려 내 지역을 살찌우는 공공기관으로 대접받는 모양새다. 교도소의 화려한 변신에 격세지감(隔世之感), ‘자고 났더니 세상이 바뀌었다’는 말이 실감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때 기피시설로 분류되는 교도소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전북 남원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남원시가 교정시설 유치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원시는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과 전주지검 남원지청이 소재했는데도 교정시설이 없는 점을 명분으로 교도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오는 12월 5일 교정시설 유치추진위원회 위원 위촉식을 열고 이달 말까지 교도소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적정 부지가 결정되면 내년 초 법무부에 유치 의사를 정식 전달할 방침이다. 

한걸음 나아가 남원시는 법무부와 교정시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추진하는 등 교도소 유치를 역점 사업으로 내걸 계획이다. 국도 17호선과 24호선, 순천완주고속도로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함께 개발 가능한 드넓은 시유지 등을 갖춰 유치전에서 한 발 앞섰다는 게 남원시의 자평이다.

 

‘화려한 변신’…“교도소는 지역 살찌우는 공공기관”

남원시가 교도소 유치에 나선 것은 쇠락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다. 우선 시는 교도소를 공공기관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유치가 지역에 인구를 유입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봤다. 남원에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교도관 등 상주인력의 전입에 따른 인구 증가, 지역 식자재의 수형자 급식, 면회객의 인근 식당 이용 등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남원시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남원시는 경찰서 유치장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지난 2015년 교정시설 유치를 시도했으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했었다. 주민들은 재소자 수형시설의 부정적 이미지로 인한 땅값 하락과 자녀교육 환경에 부정적 영향 등을 염려했던 것이다. 최근 남원시가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교정시설 유치전에 나서고, 교정시설 이미지가 경제적 파급효과 큰 공공기관으로 바뀌면서 주민 인식도 크게 변했다. 

남원시는 최근 23개 읍면동의 이·통장을 상대로 교정시설 건립의 찬반 의사를 물었는데 70%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또한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 건립하는 것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남원시 관계자는 “교도소 유치는 지역 이미지 훼손 등 부정적 효과보다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며 “법무부가 원하는 교정시설 입지 여건에 부합하는 부지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검찰·법원의 지청·지원 소재지 중 교정시설이 없는 곳은 남원시, 강원 속초시, 경남 거창군, 충북 영동군 등 총 4곳이다. 이 중 속초와 거창은 교정시설 건립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전국 시 단위 지방자치단체 중 남원만 교정시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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