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위기 땐 최후의 보루 역할 해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8 13: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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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먼 타라비쉬 조지워싱턴대 교수
“솔루션 찾아내는 기업가 정신 중요”

누구나 위기 땐 움츠러든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뒷걸음질만 치면 위기는 정말 위기가 되어 버린다. 이럴수록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아이먼 타라비쉬 조지워싱턴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면서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리더는 맨 뒤에서 조직을 밀어주라고 조언했다. 

ⓒ아이먼 타라비쉬 제공
ⓒ아이먼 타라비쉬 제공

코로나19로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몇 가지 메시지를 줬다. 우선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는 메시지다. 우리가 맹신하던 기술의 진화는 자연의 변심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기술은 모든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일해 왔던 모든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두 번째 메시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

“코로나 사태가 그동안 우리가 해결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 말은 바로 우리가 그동안 어떤 문제를 인식하고, 파악해서, 해결하기 위해 해 왔던 모든 프로세스가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그동안 크게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던 변수들까지 다 감안해야 한다. 재난을 벗어나기 위해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분명 그 전의 위기에서는 학자들의 책상에서나 거론되던 안이었다. 앞으로는 문제 해결에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상상력에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럴 때야말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은 빛이 난다. 기업가 정신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개념이 아니다. 국가 차원은 물론 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반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 ‘기업가 정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문제 해결에 가장 필수적인 요인임에 틀림없다. 물론 말뿐인 그저 그런 기업가 정신으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단 하나의 마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기업가 정신일 것이다.”

‘컨퍼런스 G 2020’에서 아이먼 타라비쉬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컨퍼런스 G 2020’에서 아이먼 타라비쉬 교수가 강의를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위기를 기회로 보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이 상황을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이 상황을 어떻게 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다양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도 기업가 정신이다. ‘물리적 거리 두기’를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더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진취성이 기업가 정신이다. 당신이 리더라면, 코로나19로 촉발된 이번 위기를 기업가 정신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봐야 한다. 묻고 싶다. 당신은 이번 위기를 아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는 먼 얘기일 수 있다.

“이번 위기가 불러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디지털로의 전환’이다. 전 세계의 모든 대학이 오프라인 교육 플랫폼을 온라인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이는 이번 위기가 대학 사회에 가져온 엄청난 기회의 문이다. 물론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구성원 대부분이 전문 지식도 없고, 빠른 실행력도 없는 경우 말이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은 그럴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가장 직격으로 맞은 이들이다. 전문 지식과 빠른 실행력이 없어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강한 정신력과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부족한 자원으로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모두가 낙담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우리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그 누군가가 바로 기업가 정신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사람이다. 위기를 기회의 시선으로 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가치가 바로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태도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위기 극복 등 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가치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생각하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다. 이번 위기에서도 누군가는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가장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더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위기 극복에 있어 조직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이 바로 의사소통 능력이다. 리더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침착하게 의사소통을 수평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리더의 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의 말은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어조도 중요하고, 메시지 순서도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말이다.”

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A라는 비상구를 통해 안전한 대피소인 B라는 지점까지 움직이려면 구성원 전체가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는 누구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 역시 이 지점에서도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모두가 매뉴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매뉴얼에 동의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반드시 리더는 시간을 내야 한다.” 

위기 극복에 더 특별히 요구되는 리더십은 무엇인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리더의 역할이 성패를 가른다. 그렇다면 위기를 기회로 보는 자세, 모두가 할 수 있다는 태도,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 등을 조직에 구현하기 위해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를 위해 리더는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한다.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여기서 많은 잘못과 실수가 발생한다. 주의하라. 진두지휘는 맨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맨 뒤에서 마지막으로 뒤처진 구성원의 등을 밀어주며 하는 것이다. 위기의 순간 훌륭한 지도자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맨 뒤에서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비상구로 안내한 다음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할 일이다.”

솔루션은 어떻게 만들어내야 하나. 

“‘집단적 사고’가 필요하다. 집단지성만큼 위기 돌파에 중요한 가치는 없다. 조직 구성원 전체가 위기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그 아이디어들이 누군가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제대로 된 안으로 발전되고, 여기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돼 모두가 함께 협력한다면 어떨까? 결국 위기 극복의 솔루션은 조직 내에서 제시되고, 발전하고, 또다시 제시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전체가 그 솔루션을 이해하고, 함께 실행한다는 점이다. 리더인 당신은 이 모든 판을 깔아주고,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맨 뒤에서 격려하면 된다. 솔루션은 리더가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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