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장·무안군수, ‘낮술 논란’ 시끌…무슨 일?
  • 정성환·박칠석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1.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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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장, 전국 첫 낮술 판매금지 행정명령에 갑론을박
무안군수, 군청간부들과 낮술 ‘맹탕사과문’에 여론 뭇매

코로나19 시국에 전남 동·서부지역의 두 자치단체장이 때아닌 ‘낮술 논란’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허석 순천시장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이른바 ‘낮술금지’ 명령이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김산 무안군수는 방역수칙을 어기고 낮술을 먹은 뒤 그나마 뒤늦게 내놓은 사과문이 맹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둘 다 낮술 탓이지만 허 시장은 말끔하지 못한 행정행위가, 김 시장은 부적절한 행동이 그 이유였다.

허석 순천시장 대시민 담화문 발표 ⓒ순천시
허석 순천시장 대시민 담화문 발표 ⓒ순천시

잡음 일으킨 순천시장의 ‘낮술금지’ 명령 

순천시의 낮술 금지 논란은 허석 시장이 3일 오전 대시민 담화문을 통해 일반음식점 5000여 곳을 대상으로 4일부터 2주간 낮술 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하면서다. 허 시장과 순천시는 찬반 논란이 예상되지만 강하게 맞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취지에서 행정명령을 내렸다. 낮술 판매 금지 시간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낮술 금지는 순천시만의 특단의 조치다. 전국에 적용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명령과 밤 9시 이후 음식점 영업금지 등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사적 모임을 자제하자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인데, 대부분 낮술을 마시는 자리가 사적 모임”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 첫날부터 낮술 판매금지 조치를 모르고 식당을 찾은 일부 손님은 술을 주문했다가 거절을 당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하루 순천시에는 ‘주류 판매와 코로나 확산이 도대체 어떤 상관인지 모르겠다’는 등 낮술 판매 금지에 항의하는 전화가 10여 통 이상 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식당들은 ‘낮술 환영’이라는 글귀를 써 붙이며 오후 9시 이후 영업금지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려고 했고, 일부 식당은 아예 문을 닫았다.

순천시가 낮술 판매 금지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온 것은 조례동의 한 술집 사례 때문이다. 순천시는 “한 음식점이 영업 제한시간을 교묘하게 이용해 오전 5시 영업을 하다가 사회적관계망(SNS)에 퍼지면서 전국적인 지탄 사례가 됐다”고 설명했다.

순천시의 조치를 두고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과 지역사회 감염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갈리는 형국이다. 우선 일부에선 시민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식당 주인은 “술을 마시고 안 마시고는 지극히 개인적인 권리인데, 시가 무슨 권리로 막는지 알 수가 없다”며 “문제가 된 영업점을 단속하면 되지, 일부를 문제 삼아 전체에 대해 낮술 금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성토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것이다. 

순천시의 낮술 판매 금지에 대해 ‘오죽하면 그랬겠냐’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시민 박아무개(58)씨는 “식사만 하는 것보다 술자리가 길어지니 나온 고육책인 것 같다”며 “낮술 판매를 금지하면 어느 정도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순천시 정책에 찬성하는 뜻을 밝혔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춘자씨(55)도 “판매가 안 된다는 게 좀 불편하겠지만,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산 무안군수 종무식 ⓒ무안군
김산 무안군수 종무식 ⓒ무안군

대낮 술판 무안군수…‘억지 춘향격 늦장 사과’ 논란

김산 무안군수는 군청 간부공무원들과 단체 낮술에 이어 때늦은 사과의 진정성을 두고 구설에 올랐다. 김 군수는 5일 조류인플루엔자(AI) 현장점검 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무시한 채 군청 간부공무원들과 술을 곁들여 단체로 점심식사를 한 것과 관련해 “사려 깊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김 군수는 이날 ‘무안군민께 드리는 사과문’을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새해 연휴에도 쉬지 못하는 가축방역담당 부서 직원들이 안쓰러워 늦은 점심이라도 같이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군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사과 시점이 문제다. 낮술 사건 이후 언론취재에 응하지 않던 김 군수가 사과문을 내놓은 것은 낮술사건 발생 사흘 뒤였다. 이에 일부에선 여론이 악화되자 뒤늦게 억지로 사과를 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달랑 사과문 한 장만 내놓아 ‘영혼없는’ 사과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한 군민은 “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오리 살처분 현장을 다녀온 뒤 청둥오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리탕과 복탕으로 식사를 한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면서 “사과문도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군수는 지난 2일 오전 AI 확진 판정을 받은 청계면의 한 산란계 농장을 둘러본 뒤 무안읍의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부군수 등 간부 공무원 7명과 함께 술을 곁들인 단체식사를 해 논란이 됐다. 

이들 일행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정부 규정을 어기고 탁자 3곳에 나눠 앉아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와중에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3시간동안 술을 마셨다. 

당시 무안군에서는 전날 청계면의 한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발생농장 1곳과 반경 3km 이내 14만여 마리의 산란계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지고, 이동 제한 등 강화된 방역 조치가 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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