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대통령 2명 감옥 보낸 윤석열, 文대통령도 피의자로 인식”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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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 회고록서 윤 전 총장 강도높게 비판
“가족의 피에 펜 찍어 썼다…文대통령에 부담되고 싶지 않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일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회고록을 출간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일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회고록을 출간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일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회고록을 출간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검찰 개혁에 반대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조직 전체가 본인과 가족에 대한 '표적수사'를 벌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최근 행보를 놓고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는 370여 쪽 분량의 회고록 서문에 "2019년 8월9일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정리하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다"며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의 시선에서, 제가 겪고 있는 아픔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더 늦기 전에 최소한의 해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으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썼다. 

법원에 들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임준선 기자
법원에 들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임준선 기자

장관 임명과 동시에 시작된 윤석열 압박

조 전 장관 회고록에는 윤 전 총장과 검찰 조직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이 담겼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고강도 표적수사를 통해 압박해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현직에 있을 때부터 수구보수 진영의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사표를 낸 지난 3월4일부터 공식적으로 정치인이 됐지만, 그전에는 과연 자신을 검찰총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검찰총장 시절 이미 정치적 행보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면서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계속되는 어느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돌아보면서 "울산사건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회 등장한다"며 "공소장에 드러난 수사·기소의 의도와 목적은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4·15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승리하면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아준 것"라고 추론했다.

조 전 장관은 "현재 윤석열의 행보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는데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포괄적 책임을 느낀다"고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월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尹 임명 두고 청와대 안팎서 찬반 엇갈려

윤 전 총장을 검찰총장에 발탁할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19일 윤 전 총장을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는 것은 이견이 없었으나, 검찰총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을 두고는 청와대 안팎의 반대 기류가 상당했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등 다수는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 등의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카드를 찬성하는 쪽은 윤석열 개인을 신뢰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이 이뤄질 것이므로 윤석열의 문제점이 상쇄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전 총장을 검찰 수장으로 적극 추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윤 전 총장이 임명된 후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을 요구했다고도 폭로했다. 조 전 장관은 "이는 사실이다. 나는 이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며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동훈은 당시 가지 못했던 자리 또는 그 이상의 자리로 가게 되리라"라고 예상했다.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2019년 10월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쏟아진 의혹 제기에 "저주의 굿판 벌어진 느낌"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린 직후 시작된 언론과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선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2019년 9월9일 청와대 장관 임명식 직후 문 대통령에게 "검찰 수사와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이다. 아무래도 오래 장관직에 있지 못할 것 같다. 미리 후임자를 생각해두시는 것이 좋겠다. 재임하는 동안 최대한 속도를 내서 개혁 조치를 하겠다"라고 말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자신과 가족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장관 낙마를 목적으로 한 '표적 수사'였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윤 총장 측이 압수수색 전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연락해 사모펀드를 이후로 '조국 불가론'을 설파했다"며 "나의 대학 1년 후배인 조남관 검사장 등이 그즈음 나에게 연락해 우회적으로 사퇴를 권고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 아내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 ▲ 웅동학원 비리 의혹 ▲ 딸 조민 씨의 고교생 인턴 관련 의혹 등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8가지 의혹들에 대한 언론 보도와 친여권 인사들의 글·저서 등을 인용하며 상세히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술 한병 들고 양산 사저 찾고파…촛불 시민에 감사"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심경도 털어놨다. 그는 "나에 대한 '마음의 빚'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거센 비난을 받았다"며 "대통령께 이런 말을 들어 위로가 되었음은 사실이지만 대통령이 공격받을 수 있는 이런 발언은 하지 못하게 담당 비서관들이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의 수사와 재판으로 대통령에 어떠한 부담도 드리고 싶지 않다"며 "내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후 술 한병을 들고 퇴임 후 머무르실 양산 사저를 찾아 큰 정무적 부담을 드린 것에 다시한번 사과 말씀을 올리고자 한다. 이날 나는 취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입각을 전후해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직을 제안했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은 출마를 권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대부분은 내가 고향이니 부산이나 오래 거주한 서울 강남 등 적지 출마를 권했다"며 "그러나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입각을 선택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말 '검찰개혁 촛불시위'에 나선 지지자들에게 "시민의 신성한 분노"라며 감사의 뜻을 표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찰 공화국이 아니라 공화국의 검찰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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