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도 모르게 조카 건설회사에 일감 몰아준 산청 군의원
  • 박종운 영남본부 기자 (sisa520@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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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뒤늦게 자체 감사 착수

김두수 경남 산청군의원이 지역구 면사무소 직원들을 압박해 자신의 조카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일 산청군에 따르면, 김 군의원은 지난달 18일 산청군 추경예산안 승인 전 단성면무소와 사전 협의없이 단성면 호리 소재 구사마을 진입도로 정비 공사를 조카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시공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청군 단성면 호리 소재 구사마을 진입도로 정비공사 현장   © 제보자
산청군 단성면 호리 소재 구사마을 진입도로 정비공사 현장 © 제보자

구사마을 진입도로 정비공사는 사업비 6000만원으로 입찰을 거쳐 업체를 선정하고, 실시설계 및 공사착공 신고 후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김 군의원은 지난달 18일 예산 승인 전 계약과 실시설계 과정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조카가 운영하는 건설회사에 공사를 강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단성면은 지난 28일 공사 중지를 명한 상태다.

단성면사무소 A면장은 “지난 28일 담당자로부터 보고를 받고서야 공사 진행 사실을 알았고, 즉시 공사를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담당계장인 B씨는 “김 군의원이 '장마 기간도 다가오고 공사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 주민들 불편해소를 위해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만 해왔다”고 말했다. 단성면은 김 의원 조카가 운영하는 건설사가 이 공사 시공업체에 선정된 경위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다.

면사무소도 모르는 공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해 물의를 일으킨 J건설 실사주인 C씨는 “지난 5월 초 외삼촌(김두수 의원)이 전화가 와 착공하라고 했고, 심재화 산청군의회 의장도 동의한 일”이라며 “이건 공사가 입찰을 거쳐야 되는 사안인지도 몰랐고, 외삼촌이 착공하라는 말에 설계도면도 내가 직접 그려 시공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심 의장은 “C대표를 알지도 못하고, 통화나 대화한 사실조차 없다. 구사마을 도로공사는 그 마을 이장과 마을 분들이 꼭 필요하다는 건의를 오래전에 받았고, 지난 18일 예산안 통과 때 본 것이 전부”라며 C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시사저널은 이 건에 관해 김 의원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산청군은 지난달 31일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사실을 인지하고, 뒤늦게 자체감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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