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탄 올린 ‘조국의 반격’, 어디로 향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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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통해 윤석열 정조준…정치행보 영향 불가피
與 ‘응원’ ‘우려’ 교차…야당은 ‘조비어천가’라며 맹폭
2019년 7월25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년 7월25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과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 전 열린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시 조국의 시간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회고록을 출판하면서 검찰과 야당을 겨냥한 반격 기지개를 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전반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작심 비판했다. 조 전 장관의 일격은 '정치인 윤석열' 등장에도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출간과 동시에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등 회고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조 전 장관과 대척점에 있는 윤 전 총장의 '정치 데뷔' 부담감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회고록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여권에서는 조 전 장관이 서술한 각종 의혹과 논란의 출발점이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세와 검찰의 찍어내기 수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부각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임기 내내 사실상 '조국 사태'에 갇혀 있던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같은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은 조 전 장관이 여전히 '내로남불'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회고록을 발판 삼아 여당과 차기 여권 대선주자를 향한 맹공에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일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회고록을 출간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6월1일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회고록을 출간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표적 수사를 벌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 연합뉴스

조국 회고록 처음과 끝에 서 있는 '윤석열'

조국 전 장관 회고록의 시작과 끝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있다. 조 전 장관은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서문에서 "저의 시선에서, 제가 겪고 있는 아픔의 역사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며 윤 전 총장의 지휘 아래 시작된 검찰 수사가 회고록의 출발점이 됐다고 적었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이 이미 검찰총장 당시에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 2명(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계속되는 어느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울산사건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총 35회 등장한다. 검찰이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4·15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승리하면 국회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도록 밑자락을 깔아준 것"이라며 명백한 의도가 있는 수사 및 기소였다고 썼다. 

조 전 장관이 언급한 윤 전 총장의 과거 수사이력, 그리고 현 정권에 대한 표적 수사 주장은 향후 정치인 행보를 걸어갈 윤 전 총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윤 전 총장에 '입당 구애'를 펼치는 국민의힘 한 켠에서는 그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투사 이미지를 각인했고, 덕분에 전직 검찰총장 신분에서 정치인으로 직행하는데 대한 거부감도 희석됐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대립이었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아직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총장 퇴임을 앞두고 '공정'과 '독재'에 분노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검찰 내부 비위와 과오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해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향해 '검찰주의적 인물'임을 부각하면서 난관이 추가됐다. 조 전 장관이 회고록 출판을 통해 보폭을 넓히면 검증을 앞둔 윤 전 총장에 대한 여론의 판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요양급여 부정수급 의혹으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가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구형받고, 부인 회사의 협찬금 의혹도 수사 중이어서 '가족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윤 전 총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이같은 논란과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회고록에 자신과 가족에 대한 검찰의 표적 수사와 사퇴 압박 등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만큼 윤 전 총장 검증 과정에서도 과거의 수사가 '꼬리표'처럼 따닐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달 26일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장 피해준 적이 없다. 장모는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족 리스크에 분명한 선긋기를 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권은 물론 야권 내에서도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방어적 태도가 현실 정치에서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의 반격과 윤 전 총장의 가족 리스크 방어는 최근 하락세인 윤 전 총장 지지율에도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퇴임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선주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잠행이 길어지면서 중도층 이탈이 감지됐고 향후 외연 확장이 가능할 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윤 전 총장은 조 전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밝힌 정권 표적 수사와 검찰의 보복성 망신주기 등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정치 행보를 공식화하면 조 전 장관 수사와 회고록에 대한 입장 정리도 함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경기·인천 기초단체장 정책현안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적 보복 수사" vs "내로남불 재소환" 쪼개진 與

여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조국 바람'이 불며 강성 지지층을 집결할 수는 있지만, '조국 사태'와 같은 역풍이 불 경우 당·청 지지율 동반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이 내놓은 조 전 장관 회고록에 대한 평가도 극명히 엇갈린다. 신임 지도부 출범과 동시에 조 전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당내 혼선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국 백서》 제작 과정에 참여한 김남국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정치적 보복 수사라는 평가를 한 번쯤 다시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조국 사태 사과를 검토하는 데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을 민주당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이 직접 책임있는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의원도 "한 사람과 가족을 70∼80점 압수 수색을 하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이었나. 95%의 언론이 공격한 사모펀드 부분은 거의 무혐의·불기소 처분됐다"며 "조 장관이 본인 할 얘기를 책으로 쓴 것"이라고 회고록 출판을 옹호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이렇게 되면 또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전면에 등장하고 조국의 공정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라간다"며 "당내 우려가 굉장히 많다"고 회고록 출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용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조국의 시간'은 조국의 권리이지만, '민주당의 시간'은 당의 의무다. 4·7 재보선 민심은 민주당이 변화하라는 뜻이었다. 내로남불 논란에 대해 달라지겠다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여권 유력 대선주자들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잉되고 부당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5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 연합뉴스
5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 연합뉴스

野 "'조비어천가' 부를수록 민심 싸늘해질 것" 맹폭

야당은 조 전 장관의 재등장에 여당과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조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윤 전 총장을 향해 '수구보수 진영의 대권 후보'라고 한 데 대해 "책을 통해 신원(伸寃·가슴에 맺힌 원한을 풀어버림)과 지지층 결집에 나선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서전인가, 자전적 소설인가"라며 "(조 전 장관은) 촛불로 불장난을 해 가며 국민 속을 다시 까맣게 태우려나"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민주당 인사들이 조 전 장관 회고록 출판을 옹호하는 입장을 내자 "조국은 불공정과 불법, 거짓과 위선의 상징"이라며 "민주당 인사들의 아부는 애국지사를 기리는 찬양시 같다"고 깎아내렸다.

또 "조국 사건은 사이비 진보의 밑바닥을 보였고, 이 때문에 민심이 그들을 떠났다"며 "그들이 한심한 '조비어천가'를 부를수록 민심은 싸늘해질 것"이라고 했다. 

윤희숙 의원도 SNS에 "조 전 장관의 저서에 여권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위로와 공감의 말씀을 내놓는다"며 "국민은 눈에 안 보이고 '머리가 깨져도 조국'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선 주자들이 모여 조국 저서를 놓고 '우리 시대의 공정이란 무엇인가'의 화두와 진지하게 씨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최순실과 정유라, 조국과 조민 사건이 한국 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갖는지를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국민이 공감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웅 의원도 "조국이 민주당이고, 민주당이 조국"이라며 "민주당을 찍는 것이야말로 바로 조국의 령도에 따르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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