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중국 제조설, 실체와 음모 사이
  •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 승인 2021.06.05 10:00
  • 호수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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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한 연구소 기원설, 90일 이내 재조사하라" 정보 당국에 지시
제조론 "유전자 가위로 조작" vs 발생론 "자연선택에 의한 돌연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 우한(武漢) 바이러스연구소의 실험실에서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바이러스가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일까? 지난해 미국 일부에서 제기했다가 ‘가짜뉴스’라며 묵살됐던 이런 주장이 최근 들어 갑자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올해 들어 재연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의 발화 지점은 미국이다. 지난 5월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시작이다. WSJ는 “2019년 코로나19 발병이 보고되기 전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의 연구원 3명이 동시에 코로나19 유사 증상으로 입원했다’는 내용의 미국 정보 당국의 비밀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조작설에 불을 붙였다. 5월26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90일 이내에 재조사하라고 정보 당국에 요구하면서 사건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공식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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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세계보건기구(WHO) 팀이 현장 방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을 조사했다. 중국의 보안요원이 WHO 조사단을 수행한 기자들의 현장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모습 ⓒAP 연합

트럼프 땐 변죽, 바이든 때 중심 어젠다로

사실 바이러스 조작 의혹은 미국에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 일각에서만 맴돌던 주장에 불과했다. 당시 근거가 약한 주장으로 취급당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여러 주장과 근거가 추가로 제기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서도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어젠다가 됐다. 무역과 지식재산권 분쟁,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신장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대만 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복합된 미·중 갈등 속에 ‘우한 바이러스 기원설’은 중국에 대해 새롭고 강력한 압박 수단으로 불거지고 있다. 이젠 의혹이나 음모를 넘어 진실 규명과 국제정치적 사안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바이러스는 중국에 ‘입속의 검은 잎’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이 저명한 과학자인 영국의 앵거스 달글리시 런던대 세인트조지의대 교수와 노르웨이의 바이러스 학자 비르거 쇠렌센 박사가 내놓은 논문이다.  

“코로나19는 ‘믿을 만한 자연 조상’이 없고,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동원해 이를 감추고 박쥐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새로운 폭발적인 연구가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5월28일 저녁 디지털판 톱기사 제목에 굵은 활자로 ‘특종(Exclusive)’ 표시를 붙이고 이런 긴 제목을 달았다. 데일리 메일은 영국에서 권위지와 대중지의 중간인 ‘미들 마켓’의 대표주자다.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 타블로이드 신문이다.  

기사에 따르면 두 과학자는 22쪽 분의 논문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근거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6개의 ‘고유 지문(유전체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이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조작한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점은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에서 한 줄로 이어진 4개의 아미노산이 모두 양전하를 띤 부분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양전하의 아미노산은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이런 구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나란한 4개의 아미노산이 모두 양전하를 띠면 인간 세포에서 음전하를 띠는 부분에 마치 자석처럼 들러붙어 감염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는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온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작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엔 신뢰할 만한 ‘자연적 조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겨갔다면 마땅히 존재해야 할 중간 숙주 등 자연적 고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 과학자들이 동굴의 박쥐에서 발견한 자연 바이러스에 새로운 스파이크 등을 붙여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하도록 조작한 것이라며,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자연산’으로 보이게 조작 흔적을 인위적으로 덮으려고 시도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이 ‘레트로 엔지니어링(Retro Engineering)’ 방식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고도 불리고 역공학(逆工學)으로 번역하는 이 방식은 기계나 장치, 또는 소프트웨어를 분해하거나 역추적해 작동 원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들 기법까지 동원하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조작을 숨기려고 시도했다는 지적이다. 뭔가 거대한 의도가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결론 내렸다. 논문은 생물 분야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에 게재될 예정이다.  

SF를 연상시키는 이런 주장을 과학자들이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전자 가위’라는 유전공학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인류는 이미 유전자를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자연에서 발견하고 유전공학적으로 응용을 시작한 주인공이다. 두 학자는 2012년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DNA에서 원하는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염기 부분을 찾아 정확하게 잘라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유전자 가위는 물리적인 물체가 아니라, 생화학적인 반응으로 유전자의 원하는 염기 부분을 잘라 제거하거나, 붙이거나, 순서를 수정할 수 있게 해 주는 효소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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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내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2월2일 방호복을 입고 우한에 있는 허베이성 동물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AP 연합

“중국, 자연 바이러스에 스파이크 붙였다”

이처럼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재단·조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 8년 남짓 됐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배아나 배우자 세포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교정해 치료하는 것은 기본이고, 바이러스 같은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이용하는 종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유전체를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전 질환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물론, 작물이나 가축의 유전자를 쉽게 변형해 인간이 원하는 곡물·채소·육류·알·유제품을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 거부반응이 적은 장기를 돼지를 통해 생산해 인체에 이식할 수도 있다. 해충을 박멸할 수도 있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유전병을 예방하고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같은 물도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도 그늘이 있다. 유전자를 편집해 감염력이나 독성 같은 특정 기능을 증강시킨 ‘조작된 미생물’을 만들 수도 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조작해 생물무기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인류 삶의 양식과 존재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가능성을 내포한다. 달글리시와 쇠렌센이 논문에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기원설’을 내놓고 주장한 것은 이처럼 유전자 가위가 실용화하면서 유전자의 인위적 조작이 어렵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조작설은 지난해 9월 홍콩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홍콩대 공중위생대학원 전염병 연구센터의 옌리멍(閆麗夢) 박사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인위적인 조작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논문을 공개했다. 옌 박사는 중국 본토 출신의 안과의사로 바이러스 분야를 연구해 왔다. 홍콩대에서 ‘병독과 면역학’ 분야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던 그는 지난해 4월 미국으로 피신했다.  

 

홍콩대 ‘조작설’ 논문의 저자는 미국으로 피신

옌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 진화보다는 수준 높은 연구소에서 조작됐음을 시사하는 게놈의 일반적이지 않은 특성과 가능한 조작 방법에 대한 상세한 기술’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정보공유 플랫폼인 ‘제노도’에 발표했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는 실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생물학적 특성이 ‘자연 발생’이나 ‘인수공통(인간과 동물에 모두 감염되는 종류)’ 바이러스의 특성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에 서식하는 ZC45나 ZXC21 바이러스를 바탕으로 실험실에서 조작됐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ZC45와 ZXC21은 충칭(重慶)의 제3군의과대학 연구소와 난징(南京) 군구 의학연구소가 2015년 7월과 2017년 2월 사이에 발견해 분리하고 특성을 규명한 뒤 관련 연구소에 보관해 왔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국 인민해방군 관련설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들어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이 자연에서는 생길 수 없는 형태”라며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간에 감염되기 쉽도록 특별히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는 이미 10년 넘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수집했으며, 이(스파이크 단백질 조작)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기존의 논문들은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인 RaTG13과 염기서열이 96% 일치한다는 점을 유일한 근거로 제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장은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왔음을 주장해 온 근거에 대한 반격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물 계통학’을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나왔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사실 생물 계통학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자연에서 바이러스가 여러 종의 숙주를 거치면서 돌연변이가 이어져 현재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온 것으로 추정하는 게 자연스럽긴 하다. 바이러스학에서 보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을 일으키는 사스바이러스(SARS-CoV-1)가 여러 차례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강한 전염력과 독성을 얻게 되면서 생긴 변종이다.  

그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과학적인 설득력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 연구 결과 사스바이러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염기서열에서, 즉 유전적으로 79%가 닮았다. 사스바이러스는 중국 남부와 동남아 등지에 사는 포유동물인 박쥐 여러 종과 천산갑을 거치며 여러 차례의 돌연변이가 이뤄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처를 비롯한 학술지에 보고된 여러 편의 논문을 바탕으로 유전적인 유사 정도를 살펴본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박쥐와 천산갑에선 유전자 구조가 사스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여럿 발견됐다. 경로는 이렇다. 먼저 일본의 남방 섬 지역부터 북방의 홋카이도(北海道)까지 폭넓게 서식하는 작은일본관박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81% 비슷한 종이 발견됐다. 그다음으로 중국 남부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에서 채집된 꼬마관박쥐에서 88% 유사한 바이러스 2종류가 각각 나왔다. 꼬마관박쥐는 일본과 중국 남부 지역, 그리고 동남아에 광범위하게 서식한다.  

그다음의 유전적 고리는 온몸이 비늘로 싸인 포유류인 천산갑에서 발견된다. 동남아에서 중국으로 밀수된 말레이천산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각각 89%와 91% 유사한 바이러스가 채취됐다. 말레이천산갑은 동남아의 숲과 농장에서 발견되는데, 중국에선 약재나 별미용으로 소비된다.  

그다음으로 가까운 것은 캄보디아 동북부의 스통트렝주에서 발견된 샤멜관박쥐에서 발견된 2종류의 바이러스로 각각 92.6%가 유사하다. 주목할 점은 스통트렝주가 메콩강 주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靑海)성에서 발원해 윈난(雲南)성을 거쳐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국제 하천이다. 길이 4020km 메콩강이 사스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이동하는 경로가 됐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어 태국 동남부 차층사오주의 뽀족관박쥐에서는 91.5%, 중국 윈난성 멍라(勐腊)현에서 채집된 말라얀관박쥐에선 93.3%가 닮은 바이러스가 각각 발견됐다. 이어 윈난성 모장하니족(墨江哈尼族) 자치구에서 잡힌 중간관박쥐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6.1%까지 닮은 바이러스가 채취됐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바이러스 계통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돌연변이를 거쳐 인간에게 감염돼 팬데믹을 일으켰다고 추정해 왔다. 과학적으론 타당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전염력이 강해지도록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독성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러스가 전염력도 독성도 강할 경우 숙주가 사망하면서 자신들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연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독성이 줄어들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중국 정부가 조사·검증 허용할 가능성은 전무 

게다가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의 일부 염기서열이 인체에 달라붙기 좋은 순서로 배열됐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발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전하를 띤 염기가 4개 나란히 배열돼 음전하를 띤 인체의 일부와 자석처럼 결합하기 쉬운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자연에선 양전하를 띤 염기 3개가 나란히 존재하기도 힘들며, 4개가 나란한 것은 그야말로 희박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나온 과학적 주장을 종합하면 조작설과 자연 진화설이 아직은 팽팽하다. 양쪽 모두가 수많은 연구와 논문을 바탕으로 차곡차곡 이뤄진 과학적 연구 성과의 축적물이다.  

문제는 이를 확인하고 진실을 밝히려면 중국 현지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실질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현실적으로 중국 당국이 이를 허락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어떤 것이 사실이라도 이번 사건이 장기 미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1세기 바이러스의 추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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