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한 듯” 해외서도 주목한 대구시 백신 참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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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 등에 ‘반면교사’ 사례로 소개…靑 청원도 등장
일본 최대 한류 전문매체인 와우코리아가 6월3일 대구시 중앙정부에 주선한 화이자 백신 확보 관련 사안이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 와우코리아 캡처 
일본 최대 한류 전문매체인 와우코리아가 6월3일 대구시 중앙정부에 주선한 화이자 백신 확보 관련 사안이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 와우코리아 캡처 

대구시가 주선한 화이자 백신 확보 관련 후폭풍이 거세다.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도리어 국민적 혼란을 부추겼다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도 대구시의 무리수가 소개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3일 대만 민영방송 민시TV(FTV)는 프로그램 해외화제 코너를 통해 대구시의 백신 도입 논란을 보도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의 브리핑 장면을 뒤로 하고 방송 진행자는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을 '불법'으로 규정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 대만도 백신이 부족하지만 지자체가 이런 일을 당해선 안된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도 이번 논란을 소개했다. 일본 최대 한류 전문매체인 와우코리아는 권 시장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맞는 사진과 함께 대구시가 화이자 백신 관련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구시가 민간 무역업체를 통해 백신 조달을 주선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실렸다.  

해외로까지 전파된 이번 사안에 대한 국내 여론도 들끓고 있다.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혼선을 자초한 대구시와 권 시장에 사과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자신을 대구시민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3일 "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식 사과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더 이상 쪽팔려서 대구에서 살 수가 없다"면서 "선거운동 때에는 장풍에 날려 엉치뼈를 다친 권 시장이 이번에는 일개 무역회사의 연락을 받고 화이자 백신의 구매를 정부에게 주선하겠다고 했다"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권 시장을 겨냥해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안 될 일을 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며 "(대구) 시민들이 타 도시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불쌍한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백신이 해외 직구 상품도 아니고, 보따리상 밀수품도 아닌데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며 "홍보는 주도적으로 해 놓고 이제 와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이는데 대구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100명 이상' 사전 동의 기준을 충족해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5월3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 화이자 백신이 담긴 주사기가 놓여 있다. 1차 접종이 일시 중단된 화이자 백신 추가 물량 43만6000회 분이 5일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5월3일 서울 용산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관소에 화이자 백신이 담긴 주사기가 놓여 있다. 1차 접종이 일시 중단된 화이자 백신 추가 물량 43만6000회 분이 5일 국내에 도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앞서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메디시티 대구협의회 등은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접촉할 수 있는 글로벌 무역업체를 통해 3000만 명(6000만 회)분의 백신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를 정부에 통보하고 후속 조치를 요청했다. 

대구시의 제안 이후 확인 절차에 돌입한 방역당국은 해당 백신이 정상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역시 "화이자 본사와 한국화이자는 그 누구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 수입·판매·유통하도록 승인한 바 없으므로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에 제공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화이자 측은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한 후 법적 조치까지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논란이 커지자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브리핑을 통해 "메디시티 대구협의회에서 논의해 왔고 대구시는 일부 지원해주는 형태"라고 밝히며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권 시장이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대구시정뉴스》에 출연해 "외국에 백신 공급 유통 쪽으로 공문도 보내고 협의를 하면서 어느정도까지 단계까지는 진전을 시켰지만, 그 다음 단계는 정부가 해야 할 몫"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또 대구시가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일반에 공개하는 등 적극 홍보를 하다 논란이 되자 뒤늦게 발을 뺀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이런 구매 제안은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민원이 제기되어 왔으나, 대부분 정품이 아니거나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해프닝으로 끝났다"며 "이번 건도 마찬가지인데 대구시에서 먼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대구광역시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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