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역 그렇게 비판하더니…권영진 대구시장, ‘뒷북 방역’에 ‘화이자 논란’까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4 16: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중고 시달리는 대구…누적 확진자 1만 명 돌파 또 다시 대유행 조짐
권영진 대구광역시 시장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광역시 시장 ⓒ연합뉴스

정부의 방역 대책을 줄기차게 비판해 온 권영진 대구시장에 대한 구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 유흥주점발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대구시가 추진한 백신 확보 관련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권 시장의 ‘방역 무리수’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구시 유흥주점발 집단감염…방역 규제 완화 빌미됐나

4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대구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12일 유흥주점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된 후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대구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환자는 65명이 증가해 총 누적 확진자는 1만136명이다.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은 곳은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 시·도 가운데 대구가 세 번째다.

이로써 지난해 1차 대유행의 진원지였던 대구는 또 한 번 대유행의 기로에 서게 됐다. 특히 전날 74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대구 확진자는 대부분 유흥주점과 일반주점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지만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권 시장은 코로나의 확산차단을 위해 거리두기 상향조정 등으로 방역 강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뒷북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유흥주점의 영업시간 제한을 없앤 탓에 이른바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 이용객들이 넘어오며 집단감염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26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유명카페가 대낮임에도 텅 비어 있다. 대구시는 최근 유흥시설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식당, 카페, PC방, 오락실, 멀티방, 동전 노래연습장 등의 운영시간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5월26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 유명카페가 대낮임에도 텅 비어 있다. 대구시는 최근 유흥시설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식당, 카페, PC방, 오락실, 멀티방, 동전 노래연습장 등의 운영시간을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연합뉴스

대구시 백신 주선 논란 일파만파…“국민 혼란 부추겨”

아울러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한 화이자 백신 도입 절차가 ‘불법 경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권 시장이 불필요한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화이자 백신을 들여오기 위해 공동개발사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선이 닿는 무역회사와 협상을 해왔다고 밝혔다.

권 시장도 지난달 31일 한 언론사 유튜브에 출연해 “외국에서 백신 공급 유통 쪽과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진전을 시켰지만, 그다음 단계는 정부가 해야할 몫”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화이자제약은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 수입·판매·유통하도록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화이자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법적 조치까지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논란은 국내외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해외 언론들은 대구시의 불법 백신 도입 논란에 대해 “대구시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보도해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아울러 권 시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마저 등장했다. 여준성 보건복지부장관 정책보좌관은 페이스북에 “이런 구매 제안은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민원이 제기되어 왔으나, 대부분 정품이 아니거나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해프닝으로 끝났다”며 “이번 건도 마찬가지인데 대구시에서 먼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권 시장이 평소 SNS를 통해 정부의 백신 정책을 비판해온 전력이 있어 방역에 힘을 쓰기보다는 개인의 치적 쌓기에 급급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사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권 시장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며 “대구는 또다시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어 애꿎은 시민들만 고통받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권 시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군에 백신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우리가 어쩌다가 국군 장병 55만 명분의 백신을 원조받았다고 감읍하는 나라가 됐냐”며 “이것은 자화자찬할 성과가 아니라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