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수사’ 틀어막나…검찰 인사 후폭풍 어디까지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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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급 인사 대거 물갈이…법조계 “정치 편향” 우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법무부가 지난 4일 단행한 검찰 고위급 인사 후폭풍이 거세다.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검사장급 인사들이 검찰 주요 요직으로 영전해 정권 관련 수사의 지휘 라인에 대거 포진되면서다. 반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은 좌천성 인사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향후 정권 관련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정치 편향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킨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대한변협은 국내 3만여 명의 변호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다.

 

대한변협 “인사 공정성 훼손…검찰 핵심 가치 몰각”

이번 인사에 대해 검찰 내부도 들끓는 분위기다.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대검 게시판에는 “법치(法治)고 정의고 나발이고 권력에 충성하면 되는구나”라며 “기소가 돼도 승진하는 데 업무상 약간의 실수로 징계받은 직원들 전부 소송하라. 세상이 코미디다”라며 검찰 인사를 비꼬았다. 헌정사상 첫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직무배제하지 않고, 거꾸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시킨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법조계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검찰 고위급 인사 면면을 보면 사실상 기존 검사장과 고검장에 대한 대대적인 전보 조치와 함께 이른바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 검사들을 전면 재배치한 형태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 예견했던 ‘물갈이 인사’가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정권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되면서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은 이번 검찰 인사로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에서 지휘를 맡고 있던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대검의 사건 처리 지연에 항의성 사표를 내면서 공석에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아들의 군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로 처리한 친정부 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4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검찰고위간부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이 검찰고위간부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사건’ 지휘라인 대거 교체…정권 수사한 검사장 승진 누락

아울러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채널A 오보 사건’ 관련 내부정보 유출 의혹을 받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자리를 맞바꾸게 됐다. 결국 수원지검·수원고검·대검으로 이어지는 수사 라인이 모두 친정부 성향 검사들로 교체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김학의 사건’ 수사를 막기 위한 삼각편대가 완성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청와대발 하명수사’ 의혹으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의 수장도 친정부 인사로 교체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참모이자 고교 후배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발탁되면서 정권을 겨냥한 수사 길목마다 친정권 성향 간부들로 진용이 꾸려졌다. 이밖에 현 정권 인사가 연루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해 온 대전지검 지휘부도 대거 교체됐다.

여권 관련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김후곤 서울북부지검과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은 이번 고검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은 일선 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정치권이 결부된 사건의 수사를 소신 있게 지휘했고, 필요한 때에는 법무부를 상대로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주 후반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검찰인사규정에 따라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기간이 보장되지만 직제개편 등이 이뤄질 경우 예외적으로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정권 수사를 진행 중인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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