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도 5성급 호텔 건립’ 목포시 강행…“하필이면 삼학도에” 찬반 대립 격화
  • 이경재 호남본부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8 14: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전회 “복원화 넘어 관광자원으로 거듭나야” vs 환경단체 “복원사업, 유원지사업으로 둔갑 황당”
목포시, 유원지 민간사업자 공모 나서…‘내년 공사 착수’ 강한 의지

전남 목포시가 지역의 상징인 삼학도에 ‘5성급 호텔’ 건립 사업 추진을 강행하면서 장소의 적정성 등을 두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목포시는 관광거점도시 선정과 활성화 등을 위해서는 호텔 건립이 시급하고, 삼학도가 최적지라며 건립을 밀어 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좋은 일자리 창출과 원도심 활력을 위해 호텔 건립이 필요하다는 사회단체의 입장과 달리 20여 년이 넘도록 추진하고 있는 삼학도복원화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남 목포시가 지역의 상징인 삼학도에 ‘5성급 호텔’ 건립 사업 추진을 사실상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장소의 적정성 등을 두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목포 삼학도 전경 ⓒ목포시
전남 목포시가 지역의 상징인 삼학도에 ‘5성급 호텔’ 건립 사업 추진을 사실상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장소의 적정성 등을 두고 찬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목포 삼학도 전경 ⓒ목포시

목포시 “관광 활성화 위해 호텔 건립해야”

목포시는 삼학도에 5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등 유원지 조성 사업에 나섰다. 관광거점도시 선정과 활성화 등을 위해서 삼학도를 호텔과 위락시설 등을 갖춘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당 평화광장과 삼학도~유달유원지~북항의 노을공원을 잇는 해안라인의 중심이 삼학도로 관광객 유치의 최적지라고 시는 주장한다. 이를 위해 시는 삼학도 전체면적 57만4000여㎡ 중 해경부두에서 석탄부두로 이어지는 육지부 11만㎡와 해면부 9만5000㎡ 등 옛 석탄부두 일원 20만5000㎡에 대한 기존 공원계획을 유원지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목포 삼학도 평화누리 유원지 조성사업 민간사업자 모집공고’도 냈다. 4일까지 사업 참가의향서를 받은데 이어 8월 사업계획서 접수 등을 거쳐 9∼10월 중 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행정절차를 거쳐 전남도에 승인 신청한 후 내년에 삼학도 유원지 조성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제 규모 행사 유치가 가능한 컨벤션 시설을 포함한 5성급 이상 관광호텔을 유치할 계획이다. ‘2028 세계 섬 엑스포’ 유치에 나선 시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호텔 등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좋은 일자리…원도심 활력 기여” vs “시민 모두의 쉼터로 남겨둬라”

지역 사회단체도 목포시 계획에 동조했다. 1998년 결성된 삼학도보전회는 3일 낸 보도자료에서 “삼학도 복원화사업의 완성을 위해 민자라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전회는 “삼학도의 복원화만이 능사는 아니며 어떤 선택이 목포 시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할 때”라며 “이제 삼학도는 복원화를 넘어 목포의 미래를 이끄는 관광자원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학도에 호텔이 생긴다면 시민에게 좋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고 관광객들이 먹고, 즐길 수 있게 된다면 불 꺼진 원도심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우리 목포시민들이 다 같이 잘살게 되는 사업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보전회는 “목포시의 삼학도 유원지 사업 계획을 정치·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목포 삼학도 위치도 ⓒ목포시
목포 삼학도 위치도 ⓒ목포시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호텔 건립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목포환경운동연합은 4일 낸 보도자료에서 “삼학도는 목포시민 모두의 것으로 삼학도 호텔 건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목포시에 요구했다. 삼학도복원화사업 결실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느닷없이 유원지 사업으로 둔갑시켜 그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그동안 삼학도 복원화 과정에서 한국제분 등 기업들에 수백억원의 보상비를 주면서 이전시켜놓고 느닷없이 민자를 유치해 호텔을 짓고 위락시설을 만든다고 하니 실로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반대했다.

환경운동연합은 “1987년 삼학도에 쌍용시멘트 싸이로가 들어서려할 때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삼학도보전회를 결성하고 ‘환경이 밥 먹여주느냐’는 비아냥과 개발론자들의 온갖 방해책동 속에서도 지켜온 삼학도의 운명이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목포시는 무슨 선심이라도 쓰듯 조성 면적의 50%를 공공시설로 조성해 이용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할 계획이라는데, 일반 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공간으로 계획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시가 불도저식으로 호텔사업을 밀어 붙이는 데는 호텔업자가 이미 내정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의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목포의 상징인 삼학도는 45여 년간 1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복원화사업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1968∼1973년 섬 외곽에 둑을 쌓고 안쪽 바다를 메우면서 육지로 변했다. 이후 공장과 주택이 난립하면서 자연환경이 크게 훼손되고 섬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목포시는 2000년부터 삼학도 일대를 공원으로 지정하고 호안 수로와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섬 복원과 정비를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