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피해자 “초호화 변호인단 꾸려놓고 사과?…역겹다”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sisa3@sisajournal.com)
  • 승인 2021.06.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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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A씨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극심한 고통 호소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8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입장문을 통해 “초호화 변호인들을 꾸려놓고 어떻게 그렇게도 성의 없는 사과를 할 수 있는지,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나 역겹고 화가 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피해자는 합의는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오 전 시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A씨는 8일 오전 열린 오 전 시장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지난해 4월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며 “샤워기 틀어놓고 칼을 쥔 채로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다가 잠이 든 적도 여러 번이다. 해가 떠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살고,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저를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 뜨는 것 보고 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 친구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마음 아파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다보면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호소했다.

또한 “재판을 한달 앞두고 변호사가 오거돈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해 지난 1년 동안 사과 없이 온갖 2차 가해는 다 해 놓고 갑자기 보낸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반성해서 내가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편지를 본 이후 내가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오 전 시장의 행보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A씨는 “(오 시장이) 편지를 통해 변상하겠다고 한다”며 “지난 1년2개월 동안 내가 겪은 고통을 어떻게 감히 돈으로 산정하며, 초호화 변호인들을 꾸려놓고 어떻게 그렇게도 성의 없는 사과를 할 수 있는지,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나 역겹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또한 “진정한 반성 없는 합의금은 절대 받을 생각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끝으로 A씨는 “오거돈의 범죄는 제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치혐오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던 사회적 이슈였다”며 “제 2,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중형을 선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한편 이날 오 전 시장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예정돼 있던 결심공판은 오 전 시장 측에서 양형 조사를 신청함에 따라 2주 뒤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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