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에 아른대는 친정부 기업들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8 10:00
  • 호수 166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M그룹 vs 에디슨모터스 2파전 유력 전망…대통령·총리 동생 영입부터 정책자금 특혜 의혹도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대어’로 꼽히는 쌍용차가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이번 정권에서 특혜 의혹 등으로 여러 구설에 휘말린 만큼 출사표를 던진 배경을 의심하는 시선도 다수 존재한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상태다. 쌍용차 인수 후보자들의 예비실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최근 인수 후보자들에게 입찰 안내서를 보내고, 10월15일까지 인수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등 11개 국내외 업체가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혔으며, 주간사는 이달 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쌍용차 인수전에 수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1차 흥행에는 일단 성공한 분위기다. 현재까지 거론된 인수 후보자 중에서 몇 곳이 본입찰에 참여할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금액 등 눈치 싸움을 고려하면, 막판까지 인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 인수전에 수많은 기업이 몰린 가운데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6월8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쌍용차 인수전에 수많은 기업이 몰린 가운데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6월8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연합뉴스

쌍용차 새 주인은 누가 될까

이 중에서도 유독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재계 순위 38위의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쌍용차 인수에는 3900억원의 공익채권과 향후 운영비 등을 포함해 1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수 이후 회사 정상화를 위해선 사실상 더 큰 자금력을 확보한 업체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자산 10조4000억원(2020년 기준)을 보유한 SM그룹은 자금력 면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쌍용차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 회장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무리하게 외부에서 차입하기보다는 자체 보유자금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 회장은 2010년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자금 부족 등으로 실제 인수전에는 참여하지 못한 바 있다. 이번에야말로 10년 전 쌍용차 인수 실패를 설욕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SM그룹의 쌍용차 인수 배경을 둘러싼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키웠다”며 “특히 그동안 SM그룹은 국책은행의 지원이 필요한 기업 M&A에 잇따라 성공했는데, 정치권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M그룹은 최근 몇 년간 대통령·총리의 친동생들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정권이 출범한 직후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 재익씨가 SM그룹 계열사 케이엘씨SM 선장으로 재직했으며,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동생 계연씨는 SM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취업했다. 권력 서열 1~2위의 가족들을 영입한 것이다. 우 회장은 청와대 초청 행사나 대통령 해외 순방 명단 등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해 SM그룹이 친정부 기업으로 각인됐다.

이 때문에 SM그룹은 특혜 의혹에 휘말려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SM삼환기업은 계연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정부 공공분야 수주가 급증했다. 2010년 이후 연간 공공수주가 1000억원에 머물렀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3000억원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한 것이다. 아울러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SM그룹 해운계열사들에 1360억원의 지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SM그룹과 함께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에디슨모터스도 친정부 기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국내 전기버스 전문업체인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가능성 역시 높게 보고 있다. 타 후보보다 구체적인 자금 규모를 밝히고 있으며, 실제 전기버스를 생산하고 있어 쌍용차와 실질적인 기술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다. 에디슨모터스는 사모펀드 KCGI·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1조5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도 쌍용차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후보 기업 중에서 자동차 기술력이 가장 뛰어나며, 오래전부터 쌍용차 인수를 위해 여러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급부상한 기업으로 정권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본지는 지난 2월1일 강 회장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상직 의원의 친분 관계로 에디슨모터스가 2년 동안 7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의혹을 보도했다.(시사저널 1633호 [단독] ‘라임 사태에 중진공이 어른거리는 이유’ 기사 참조)

지난해 9월 중진공의 스케일업 대출로 29억원을 추가 지원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개입했다는 게 핵심 골자다. 아울러 이 의원은 중진공 이사장 재직 시절 에디슨모터스의 ‘전북 새만금 전기차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2019년 10월24일 문재인 대통령과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참석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해당 기업들, 특혜 의혹 강하게 부인

이 의원의 낙하산 인사로 평가받는 류근태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상임감사는 재직 당시 에디슨모터스를 공사 업무용 차량 임차업체로 추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류 전 감사는 LX공사 업무용 차량 임차계약을 진행하던 실무자를 불러 “내가 잘 아는 업체 중에 에디슨이라고 전기차 생산업체가 있는데 여기 한번 알아봐”라고 말했다. 실제 계약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감사원은 류 전 감사가 에디슨모터스를 추천한 건 ‘부당 계약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강 회장 역시 정부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친정부 이미지가 굳어졌다. 2019년 9월2일 대통령의 태국 순방 때 에디슨모터스 시승 행사가 열린 가운데 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각 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같은 해 강 회장은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기도 했다.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제기된 특혜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SM그룹은 “정상적인 입찰을 통해 공공분야 일감을 수주한 것이다. 아울러 대통령과 총리 동생의 채용 과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역시 시사저널 보도 이후 입장문을 내고 “회사의 실적이 뒷받침했기 때문에 중진공으로부터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LX공사 임원이 에디슨모터스를 공사 차량으로 추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8월17일 서울 강서구 SM R&D센터 에스엠그룹 건물ⓒ시사저널 박정훈

일각에서는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 등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평택시는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 용도를 공업지역에서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도 변경이 이뤄질 경우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의 부동산 가치는 1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 후보들이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부동산 개발 이익에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M그룹과 에디슨모터스는 어떤 곳?

SM그룹은 전남 고흥 출신인 우오현 회장이 1988년 광주에서 삼라건설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삼라’라는 사명은 우 회장이 불교의 ‘삼라만상’에서 따온 이름이다. 삼라건설은 1990년대 광주에서 주택건설 사업에 뛰어들어 ‘삼라마이다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크게 성공했다.

우 회장에게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기회로 작용했다.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무너진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며 계열사를 늘려 갔다. 2004년 우방산업의 전신인 진덕산업을 인수한 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2005), 경남모직(2006), 남선알미늄(2007), 티케이케미칼(2008), C&우방(2010), 신창건설(2011)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이 때문에 우 회장은 M&A 업계에서는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2020년 말 기준 SM그룹은 국내 57개사, 해외 18개사를 포함해 총 75개사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는 SM상선,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 남선알미늄 등이다. 이 중 국내 상장회사는 대한해운,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등이며, 올해 연말 SM상선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강영권 회장은 2015년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를 인수해 에디슨모터스 를 설립했다. 친환경 전기버스 시장에 진출해 국내 시내버스를 공급하는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서울시 전기버스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설립된 지 6년밖에 안 돼 규모가 크진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344억7302만원, 매출 897억8763만원, 영업이익 27억5897만원, 당기순손실 15억5727만원을 기록했다. 에디슨모터스의 최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는 초소형 전기차 생산업체 쎄미시스코를 인수해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강 회장은 에너지솔루션즈 지분 72.73%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강 회장은 독특한 이력으로도 크게 주목받았다. 그는 KBS 《연예가중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호기심 천국》 등을 제작한 PD 출신이다. 처음에는 외주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산업폐기물 소각장 사업도 했다. 이후 전기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