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딸 안 돌려보낸 아빠…결국 유죄
  • 유경민 디지털팀 기자 (wbql1214@naver.com)
  • 승인 2021.09.0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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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위에 의한 ‘미성년자 약취’ 인정한 첫 사례”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엄마와 함께 살던 5세 딸을 면접교섭권으로 한국으로 데려온 뒤 5년간 돌려보내지 않은 한국인 아빠가 결국 유죄를 받았다. 면접기간 종료 후 계속 양육할 목적으로 양육권자에게 아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 친부에게도 미성년자 약취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일 미성년자 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미성년자를 보호·감독하는 사람이라도 다른 보호감독자의 보호·양육권을 침해하거나 자신의 보호·양육권을 남용해 미성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때에는 미성년자 약취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가 이혼했거나 별거한 상황에서 미성년 자녀가 평온하게 양육되고 있는데 상대방 부모가 폭행, 협박 또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으로 그 보호·양육 상태를 깨뜨리고 자녀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사실상 지배 하에 옮기면 미성년자 약취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딸을 자신의 지배 하에 두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의 반환을 거부하고 당시 만 5세였던 피해아동은 A씨가 데려다주지 않으면 프랑스에 갈 수 없었던 점 등이 판결의 근거로 작용했다.

앞서 A씨는 결혼 후 프랑스에서 거주하다 2012년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딸의 양육은 프랑스인 아내 B씨가 맡았다. 프랑스 법원은 딸의 거주지를 B씨의 집으로 정했다. 이후 A씨는 2014년 7월 5일 1개월간의 면접교섭권을 이용해 딸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A씨는 B씨와의 연락을 끊고 5년간 다시 데려다주지 않았다. B씨는 2015년 수원지법에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소송을 내고 딸의 인도를 청구했다. 수원지법은 A씨에게 아이를 보내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1심에서 딸의 의사에 반해 딸을 자신의 지배하에 옮김으로써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양육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A씨의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인정했지만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A씨가 2심 진행 중이던 2019년 아동을 친모 B씨에게 돌려보낸 점, B씨가 선처를 원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봐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친부라도 미성년자 약취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모 중 일방이 면접교섭권 행사를 위해 적법하게 미성년 자녀를 데리고 갔다가 기간 종료 후 상대방에게 데려다 주지 않은 ‘부작위’의 경우에도 행위자의 목적과 의도, 행위 당시 정황과 피해자의 상태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약취행위와 같은 정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형법상 미성년자 약취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미성년자 약취를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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