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화천대유,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라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1.10.04 08:00
  • 호수 1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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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라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9부작이 넷플릭스의 글로벌 시청률 1위에 올랐다니 기쁘다. 추석 명절에 이 드라마를 1박2일간 즐기면서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프론트맨이 가면을 벗을 때였다. 정체를 드러낸 주인공은 이병헌이다. 자본적 자유의 맹목성과 무차별한 평등의 허무함, 권력을 쥔 인간의 잔인성을 한 몸으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로 이병헌만 한 배우는 없을 것이다. 그전까지 가면으로 얼굴을 감춘 프론트맨은 겸손하고 강인하며 공평하면서 논리적이었다. 이병헌은 두 얼굴을 가진 인간의 이중성을 완벽하게 연기해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9월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9월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가면의 주인공은 이재명인가 윤석열인가

공교롭게 요즘 한국 사회도 화천대유의 가면 속 주인공 찾기에 빠져들었다. 화천대유의 주인, 그 사건의 몸통이자 설계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게임이다. 이재명인가 윤석열인가. 아니면 느닷없이 희대의 인물로 부상한 김만배 대주주인가. 곁가지와 깃털들의 가면도 벗겨야 한다. 곽상도 의원과 박영수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이재명의 측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등. 그들에게도 죄질의 경중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실의 화천대유는 《오징어 게임》의 영화적 구조를 닮았다. 우선 게임에 동원된 자본의 규모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줄 만큼 크다. 성남 시민들한테 골고루 평등한 혜택이 가도록 설계됐다는 게임의 결과도 허무하기 짝이 없다. 막대한 특혜가 소수 집단에게만 쥐어졌다. 닮은꼴은 또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미래를 빼앗긴 젊은이들에게 화천대유 게임은 《오징어 게임》만큼 잔인하다. 화천대유의 몸통과 곁가지와 깃털들은 땅과 집을 갖고 장난쳤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설전을 벌이면서 “추악한 가면을 확 찢어놓겠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이 지사 자신의 주장대로 그는 화천대유의 주인이 아닐지 모른다. 김만배가 몸통이거나 의외의 제3의 인물이 설계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가면을 확 찢어야 한다는 이준석의 발언은 정당하다.

왜 그런가. 문재인 정부 들어 화천대유처럼 많은 국민을 허무와 좌절에 빠트린 사건은 없을 것이다. 화천대유 사건은 자본의 건강성과 행정 집행의 공정함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런 상태로는 내년에 누가 권력을 잡든 나라를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오래가는 나라를 보지 못했다.

누가 하나. 가면을 찢는 작업은 1차적으로 언론이 했다. 2차적으로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자본의 수상한 흐름을 제일 먼저 통보받았지만 수개월을 미적대다 마지못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한테 제대로 된 가면 찢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두 번에 걸친 국회 날치기로 태어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오염된 데다 수사 역량도 믿기 어려운 공수처 역시 경찰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당분간 부패 수사의 경험이 쌓여 있고, 화천대유와 관련한 녹취록 물증을 확보해 관련 장소 압수수색을 단행한 검찰의 수사 진행을 지켜보자. 찜찜한 건 정파성과 진영 의식이 뚜렷한 박범계 법무장관과 그의 수하 검사들이 청와대나 집권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수사 방향을 비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드루킹 특검’ 관철했던 김성태 사례 참고하길

이런저런 이유로 검찰이 화천대유의 몸통 앞에서 눈치나 슬슬 보며 흐느적거린다면 국회에서 특검을 임명하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제1야당 이준석 대표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있다. 3년 전 드루킹 사건 때 김성태 원내대표는 목숨을 걸다시피 9박10일 노숙단식을 결행해 ‘허익범 특검’을 관철시켰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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