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에 요동치는 대장동 의혹…스모킹건 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9.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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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녹취파일 19개 제출…김만배·유동규와 수익 배분 논의 내용 담겨
與野, 각각 리스트 거론된 인물 상대 진영이라며 공세 고삐
9월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9월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수익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의 녹취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회계사로부터 녹취록을 입수한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 구체적인 자금 흐름과 로비 정황을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녹취록과 함께 정 회계사가 금품 전달 정황이 담긴 추가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도 진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최근 정 회계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녹취파일 19개를 제출받았다.

정 회계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 구조를 설계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구조를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을 1% 보유한 화천대유는 최근 3년간 577억원을 배당받았다. 또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와 그의 가족, 지인 등으로 구성된 천화동인 1∼7호는 성남의뜰 지분 6%로 3년간 3463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파일에는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등이 배당금 4040억원과 아파트 분양수익 분배 방법 등을 논의한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또 10억원 대에 달하는 자금을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수 차례에 걸쳐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녹취파일과 함께 현금 뭉치를 찍은 사진과 금품 전달 관련 증빙 자료도 제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녹취파일이 존재한다는 소문은 최근 들어 여의도 정가에서 집중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녹취록에 등장했다는 구체적인 인물들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공유되면서 억측도 무성했다. 

결국 구체적인 로비 여부와 그 규모, 돈의 흐름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이 이번 의혹을 규명할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관련자들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가능했던 것도 녹취파일에서 나온 증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전날 수사팀은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사무실,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은혜 의원이 9월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현지 조사에 나서 현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은혜 의원이 9월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현지 조사에 나서 현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일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를 비롯해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사안은 대형 게이트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녹취록과 로비 관련 리스트를 둘러싸고 유·불리를 따져보는 등 추가 대응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천대유가 50억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에 대해 "제가 본 문서에는 4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민주당과 친분이 있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으로 탈당한 곽상도 의원 외에도 3명이 더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전날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0억 약속 클럽 인사는 야권 인물"이라는 취지로 말한 점을 언급하며 "제가 본 것과 다른 버전의 명단을 윤 대표가 갖고 있다면 조속히 릴리스(배포)해 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 전반에 대한 수사로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는 전담수사팀 내 경제범죄형사부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역할과 배임 의혹도 함께 들여다 볼 계획이다. 동시에 화천대유 법률 자문 등을 맡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김기동 전 검사장·박영수 전 특별검사·이창재 전 법무차관·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경재 변호사 등의 구체적인 역할과 수임료 등에 대한 검토도 착수할 전망이다. 

또 '50억 퇴직금' 지급으로 논란이 된 곽상도 의원 아들 건과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던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의 역할도 조사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에 대해 "여야,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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