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9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구속영장에는 혐의에 관련된 정 의원 가족과 주변인 소유의 부동산 4곳이 나온다. 이 중 일부는 시사저널이 경찰 수사 전에 정 의원의 재산 축소신고 의혹 대상으로 보도한 곳이다. 당시 정 의원은 매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정 의원이 지자체장 재직 시절 권한을 이용해 매매에 개입한 것으로 봤다.
재산 축소신고 의혹 불거진 한옥,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돼
시사저널은 지난해 9월 정 의원의 재산 축소신고 정황을 최초 보도했다. 정 의원의 재산 신고내역에 따르면, 그는 본인과 가족 명의의 부동산 3곳을 공개했다. 이 중 장녀 앞으로 등록된 한옥 건물에 주목했다. 신고한 실거래가는 6억원인데, 취재 결과 진짜 시세가 땅값만 13억원이 넘었던 것이다. (※ 2020년 9월21일 『주변 땅값의 절반에 팔린 용인 ‘정찬민 랜드’』 기사 참조)
이 한옥은 이번 구속영장에 다시 등장한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가 보도한 영장 내용에 따르면, 정 의원은 2014년 용인시장 취임 무렵 H 주택개발업체의 대표 송아무개씨가 용인시 기흥구 일대를 대거 매입해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옥은 송씨가 사들인 부동산 중 하나였다.
정 의원은 브로커를 통해 송씨에게 “인·허가를 도와줄 테니 시세보다 싸게 건물을 팔라”고 지시했다. 이에 송씨는 2016~2017년 한옥 등 4개 필지를 정 의원의 친형과 조아무개씨 등에게 시세보다 싸게 넘겼다. 시사저널 취재 당시 정 의원은 조씨에 대해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만 밝혔다. 이후 경찰 수사 결과, 조씨는 정 의원 동창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한편 송씨는 4개 필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수자가 부담해야 할 취등록세도 대신 내줬다. 그렇게 정 의원 친형과 조씨 등이 얻은 시세차익(4억500만원)과 세금 절약분(5600만원)은 총 4억6000여만원에 달했다. 경찰은 이를 뇌물로 보고 정 의원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게다가 송씨가 신청한 개발 인·허가가 공휴일을 빼고 13일 만에 이례적으로 빨리 통과된 점도 청탁의 근거로 인용됐다.
경찰은 정 의원이 나중에 한옥 등 4개 필지의 소유권을 다시 가져오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현실이 됐다. 조씨가 갖고 있던 한옥은 2019년 9월 정 의원 장녀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시사저널 취재대로라면, 조씨는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한옥을 또 시세의 반값 아래(시세 최소 13억원·신고 거래가 6억원)로 정 의원 딸에게 넘긴 것이다.
'직접 뇌물수수' 혐의 영장은 기각..."드릴 말씀 없다"
경찰은 본지 보도 이후 5개월 뒤인 올 2월 정 의원 딸을 소환 조사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인 9월12일 문제의 4개 필지는 그 시세가 총 38억여원으로 산정됐다. 송씨가 필지를 매각할 때보다 13억원 넘게 뛰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정 의원은 혐의 사실 일체에 대해 부인하며 관계자들과 허위 답변을 준비했고, 다수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해 회유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고위공직자의 불법 행위를 언급하며 “특히 청년세대들에게 공정과 성실이 반칙이나 각종 편법·불법을 이길 수 없다는 무력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9월29일 체포동의안 표결 전 신상발언을 통해 “3년째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며 “구속영장 신청이 두 번 기각됐으나 경찰은 당초 입장을 바꿔 범죄사실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정 의원에 대한 경찰의 영장 신청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 6월과 7월 신청한 영장에서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였다. 정 의원실 측은 “영장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