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키우기 위한 넷플릭스의 흥행공식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5 14: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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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전세계 강타…《오징어 게임》 잇는 히트작으로 부상
2022년 넷플릭스의 계획과 전략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운 넷플릭스의 전략은 한국에서 통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OTT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한국에 넷플릭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뒤를 이은 것은 《킹덤》이었다. 넷플릭스 가입자를 본격적으로 끌어모은 《킹덤》의 성공은 넷플릭스가 아시아, 특히 한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된 배경이 됐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에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입증했다.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이 드라마는 주춤하던 넷플릭스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올해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독보적인 콘텐츠가 곧 경쟁력이라는 것을, 넷플릭스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지난해 5000억원을 투자해 1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인 넷플릭스는 올해 무려 25편에 이르는 K콘텐츠를 공개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을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적용해 왔고, 앞으로도 통할 것이라 예측되는 공식들이 엿보인다. OTT 시장을 움직이는 ‘공룡’ 넷플릭스는 올해 어떤 전략을 품고 있을까.

넷플릭스가 1월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1월28일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지옥》 《D.P.》 《지우학》까지…웹툰의 영상화로 연타석 홈런

넷플릭스 흥행작 중에는 만화에 기반을 둔 작품이 많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능성을 부각시킨 《킹덤》의 원작은 《신의 나라》라는 만화였다. 만화는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하나의 소스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가 가능하다.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2차 창작물 형태로 변형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넷플릭스는 영상화가 가능한,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 IP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특히 웹툰은 ‘검증’이 용이하다. 별점이나 조회 수에 따라 흥행공식을 적용할 수 있다. 누적 조회 수 5억을 넘긴 시점에 제작이 결정된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픈 4일 만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8개국에서 차트 1위 자리를 차지했고, 한 달 만에 전 세계 2200만 가구 시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인기리에 연재됐던 카카오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네이버 웹툰 《지옥》도 동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수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흥행몰이를 한 《D.P.》 역시 레진코믹스 웹툰 《D.P 개의 날》이 원작이다.

올해 계획에도 ‘웹툰의 영상화’는 포함됐다. 1월28일 공개된 《지금 우리 학교는》(이하 《지우학》)이 그 포문을 열었다. 원작은 네이버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주동근 작가가 연재한 이 웹툰은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웰메이드 한국형 좀비물’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극한 상황을 다룬다. 10여 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 《지우학》은 ‘한국형 하이틴 좀비 드라마’ ‘교복 좀비물’이라 불리며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했고, 2월4일 기준 59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영국 가디언은 “(《지우학》은) 세계를 뒤흔드는 불길한 실존주의를 그린 최고의 작품”이라며 “누구든 영화 《부산행》을 본 사람이라면 한국이 좀비 서사를 쓸 때 최고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평했다.

하일권 작가의 네이버 웹툰 《안나라수마나라》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재탄생한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마술을 소재로 현실과 판타지를 결합한 작품. 너무 일찍 어른이 돼버린 소녀와 어른이 돼서도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마술사가 만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나라수마나라》는 2010년에 연재됐던 웹툰이다. 지나가버린 과거의 웹툰 흥행작이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으로 복기되는 셈이다. 넷플릭스가 ‘성공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은 웹툰의 영상화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의 넷플릭스를 만든 화제작 중 하나인 《종이의 집》은 한국 버전으로 리메이크된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사상 초유의 인질극이 펼쳐진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과 웹툰 《지옥》 © 넷플릭스·네이버 웹툰 제공
지난해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과 웹툰 《지옥》 © 넷플릭스·네이버 웹툰 제공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와 원작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 넷플릭스·네이버 웹툰 제공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와 원작 웹툰 《안나라수마나라》 © 넷플릭스·네이버 웹툰 제공

오리지널 한국 영화 통해 콘텐츠 다양성도 추구

넷플릭스가 놓지 않는 또 하나의 키워드. ‘다양성’이다. 그동안 OTT에 공개된 작품들은 영화나 드라마라는 형식으로 규정짓기가 모호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회차가 존재하기에 보통 드라마로 불린다. 그러나 그 형태가 6부작, 10부작 등으로 자유로워 보통 16부작 내외로 진행되는 기존 방송사 드라마와는 차이가 있다. 한 번에 전체 회차가 공개된다는 점, 전체 촬영이 끝난 후에 작품을 공개한다는 점은 마치 영화 ‘개봉’의 형태와 유사하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영화감독들이 ‘드라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펼치는 장이 되기도 했다.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을, 영화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선보였다.

그동안 ‘O회차’라는 드라마 형태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 제작을 전개해 왔던 넷플릭스가 올해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한국 ‘영화’를 공개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넷플릭스에서 기획과 제작을 추진한 첫 오리지널 한국 영화는 《모럴센스》로, 역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올해 넷플릭스가 선보일 한국 영화는 총 6편. 《카터》 《서울대작전》 《정이》 《20세기 소녀》 《야차》 등도 개봉(공개)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작품에 따라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19일 열린 비대면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총괄 VP는 ‘코로나 이후의 콘텐츠 키워드’로 “TV와 영화업계의 크로스오버”를 꼽았다. 그는 “기존에는 두 업계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이 없었는데, 여러 시도와 성공 이후 두 업계의 크로스오버가 스트리밍에서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규격이나 장르,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자가 원하는 이야기 중심의 콘텐츠를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모럴센스》를 시작으로 한국 오리지널 영화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올해 《모럴센스》를 시작으로 한국 오리지널 영화들을 공개할 예정이다. © 넷플릭스 제공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올해 넷플릭스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예능과 시트콤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글로벌 OTT 시장에서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맥을 못 춘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였다.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세계 정상을 밟을 때도 넷플릭스 예능들은 글로벌 흥행몰이에 실패했는데, 김태호 PD와 손잡고 내놓은 《먹보와 털보》, 유재석이 등장하는 《범인은 바로 너》 등 기대작들도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말 《솔로지옥》을 통해 한국 예능의 성공을 맛본 넷플릭스는, 올해 《셀럽은 회의 중》을 시작으로 예능 콘텐츠로도 본격적으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넷플릭스 단독쇼를 제안받고 무대를 꾸미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이어가는 셀럽 파이브의 모습을 엿보는 코미디로,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국 콘텐츠 업계와 협업한 지 6년이 지난 시점에, ‘예능’을 향한 넷플릭스의 시도가 성공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스타 배우·베테랑 제작진으로 라인업 구성

올해 넷플릭스가 공개할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스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청소년 범죄를 방임하는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소년심판》에는 김혜수가 출연하고,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는 유지태, 김윤진 등 영화배우들이 얼굴을 비친다. 한인 마약왕을 검거하기 위한 국정원의 비밀작전과 그에 협조하는 민간인 사업가의 여정을 담은 《수리남》에서는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가 연기를 펼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들도 굵직하다. 《지우학》은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영화 《해적》 시리즈의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소년심판》은 《스토브리그》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길픽쳐스가 제작한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성공시킨 김성윤 감독이 연출한다. 소셜 커넥팅앱 썸바디를 매개로 한 스릴러 《썸바디》는 《모던보이》 《은교》 등으로 인간의 감성과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함을 보여온 정지우 감독의 첫 넷플릭스 작품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 스틸 컷 ©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화려한 스타들과 제작진을 총망라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과거 OTT는 신예들의 장이었다. ‘OTT 콘텐츠=성공’이라는 공식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OTT 오리지널 작품에는 신예 배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작품이 성공하면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의 콘텐츠 성공 사례가 속속 입증되고, 영화와 OTT 콘텐츠 간 경계까지 허물어지면서 스크린을 고집하던 배우와 제작진들이 OTT로 향하기 시작했다. 100% 사전 제작해 동시 공개된다는 점, 내용과 형식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이질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로 시청자층이 확대된다는 장점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선호하는 배경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영화산업이 축소된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대체 불가한 활로로도 작용하고 있다.

 

# 넷플릭스 성공 이면의 불편한 그림자

요금 인상·제작자 보상에 대한 논란은 여전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빙과 자막이 존재하며, 가장 많은 이가 유료 구독을 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전문가도 많다. 이것은 분명 넷플릭스의 장점이다. OTT 플랫폼이 우후죽순 국내에 뛰어들고 있지만, 넷플릭스가 이를 ‘제로섬 게임’(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이 아닌 ‘선순환의 시작’으로 해석하는 이유이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와 한국 시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금 인상, 제작자 보상 등의 문제는 아직도 넷플릭스를 둘러싸고 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는 스탠더드 요금제를 월 1만2000원에서 1만3500원으로,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1만45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각각 올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국내 통신사와의 망 사용료 갈등 문제가 요금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요금을 올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요금 인상은 망 사용료 소송 패소와는 관계가 없는 별개 문제이며,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그만큼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부각된 제작자 보상과 관련한 비판 역시 넷플릭스가 풀어야 할 과제다. 넷플릭스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정하고 선불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많은 작품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런 수익구조는 제작자들에게 이득이 되지만,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둘 경우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작품이 흥행하더라도 추가적인 보상을 책정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월정액 서비스 특성상 콘텐츠 하나하나의 성공과 실패를 정량적으로 책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보상을 추가적으로 체계화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강동한 VP는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광고나 PPL의 제약 없이 창작자의 크리에이티브 비전을 화면에 옮길 수 있도록 100% 제작비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둔 콘텐츠에 대해서는 추후 시즌이나 다음 프로젝트 때 자연스럽게 보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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