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 6개 기업, 성남시에 현안 민원했던 건 사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4 16: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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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경찰서 2021년 9월 불송치 결정문에 적시
“이재명 후보와 기업들 사이 ‘대가성 인식’은 발견 못해”

지난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질타가 빗발쳤다. 네이버가 공익법인에 후원한 39억원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구단주였던 성남FC로 흘러들어갔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른바 ‘성남FC 후원금 의혹’이다. 후원자 명단에는 성남시로부터 부지를 사들이거나 건축허가를 받은 다른 대기업도 포함돼 있었다. 해당 의혹은 검찰·경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과 성남FC 후원 기업의 막대한 개발이익이 알려지며 재점화됐다.

성남시장은 조례에 따라 성남FC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각급 기관·단체·기업 등에 지원을 권장해야 한다. 즉 이 후보가 후원금을 유치한 사실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대신 그 과정에 대가성이 있거나 후원금으로 이득을 본 제3자가 있는지 ‘핀셋 검증’을 해야 한다. 또 의혹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이 타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일부 언론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재탕’이라며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와 정치권의 해명에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남아있다. 이를 짚어봤다.

2015년 2월 이재명 성남시장이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로고가 새겨진 성남FC 유니폼을 소개하고 있다.ⓒ한국일보 뉴스뱅크이미지

의문점① 네이버는 왜 우회 지원했나?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2015~ 17년 성남FC에 후원한 기업은 두산건설(42억원), 네이버(39억원), 농협(36억원), 분당차병원(33억원), 알파돔시티(5억5000만원), 현대백화점(5억원) 등 6곳이다. 이 중 네이버는 성남FC에 직접 후원금을 주지 않고 ‘희망살림’이라는 곳을 통해 간접 지원했다. 희망살림은 서민들의 빚 부담 경감이란 공익적 가치를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네이버는 4차례에 걸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을 기부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원을 성남FC에 광고비로 후원해 2년간 메인 스폰서 자격을 따냈다. 이후 성남FC 선수 유니폼과 에이보드(축구장 주변 광고판)에는 희망살림이 추진하는 부채 탕감 시민운동 ‘롤링주빌리(Rolling Jubilee)’ 문구가 새겨졌다. 이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네이버가 수십만 명의 축구팬에게 자사 로고를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왜 다른 회사의 캠페인 광고를 위해 거액을 썼냐는 것이다.

성남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와 성남FC, 희망살림, 네이버는 공익적 목표 아래 2015년 공식 협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시 페이스북에 “네이버의 공익 기여는 전임 시장 때 약속한 것으로 ‘40억원 중 39억원은 성남FC 광고비, 1억원은 희망살림 지원금’으로 애당초 협약서에 명기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협약서 원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이 있다. 네이버는 왜 굳이 이처럼 불균형한 협약을 맺었을까. 우회 지원으로 이득을 본 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로 이 후보다. 성남FC가 후원금(광고비)을 받아 광고한 롤링주빌리 운동이 이 후보의 핵심 정책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14년 7월 성남시장에 재선되자 빚 탕감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는 빚 탕감이 공공성 강화 방안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위한 여러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성남FC 경기 중 수없이 노출된 슬로건 ‘롤링주빌리’는 성남시가 전개하는 ‘빚 탕감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 일환으로 이 후보는 2015년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와 함께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비영리단체 주빌리은행을 설립했다. 성남FC가 홍보한 문구 중에는 ‘주빌리은행(Jubilee Bank)’도 있다. 결국 롤링주빌리와 주빌리은행을 네이버 후원금으로 홍보함으로써 자신의 업적이 자연스럽게 알려진 것이다. 주빌리은행은 희망살림의 부실채권 매입 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네이버 측은 성남FC 후원이 이 후보의 사익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당시 사옥을 성남시로 옮기면서 지역사회 기부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며 “이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남FC에 바로 후원금을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네이버가 스포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입장에서 특정 구단을 후원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전경ⓒ시사저널 최준필

의문점② FC바르셀로나를 벤치마킹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지난해 9월 이 후보가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을 때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때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FC바르셀로나가 ‘유니세프’를 가슴에 새기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던 국내 축구팬들에게, 성남FC의 ‘롤링주빌리’ 메인 슬로건은 신선한 충격을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스포츠계의 공익 캠페인 모범사례로 언론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당사자인 성남FC 측도 “FC바르셀로나를 유니세프가 후원한 것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FC바르셀로나와 유니세프의 관계는 성남FC-희망살림의 경우와 엄연히 다르다. FC바르셀로나는 2006년 유니세프와 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구단 수입의 0.7%를 오히려 유니세프에 지원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다. 2011년부터는 메인 스폰서는 아니지만 지금도 계속 파트너사로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유니세프는 2018년 홈페이지를 통해 “지금까지 FC바르셀로나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1900만 유로(약 256억원)”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FC바르셀로나는 유니세프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성남FC처럼 기업 후원을 따로 받지 않았다.

의문점③ 무혐의 났으니 문제 없다?

이 후보 측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끝났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1월27일 입장문을 통해 “일체의 자료는 수사 당국에 모두 제출했고, 관련 담당자들이 3년여에 걸쳐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 없음’으로 종결 처리된 사안”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앞서 성남FC 수사를 지휘하던 박하영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48·사법연수원 31기)가 1월25일 사의를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 안팎에선 성남FC 고발 건 처리를 둘러싸고 박 차장검사가 박은정 성남지청장(50·29기)과 갈등을 빚다 직을 던졌을 것이란 추측이 짙다. 박 차장검사는 성남FC 의혹에 대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지청장이 계속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지청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시절 추미애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등 친여(親與) 성향을 보여온 검사다.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된 배경에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있었다. 지난 2018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성남FC 후원금에 대가성이 있다며 이 후보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경기분당경찰서는 3년여가 지난 지난해 9월에야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불송치 결정문에는 “(성남FC를 후원한) 6개 기업들의 용도변경, 건축 인·허가 등 현안 민원이 존재했던 사실 및 각 기업들이 성남FC에 광고비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나와 있다. 다만 “피의자(이 후보)와 각 기업들 사이에 현안 민원처리의 대가로 성남FC에 광고비를 후원하는 공통의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를 발견치 못하였다”고 적혀 있다. 경찰이 이 같은 결론을 내자 국민의힘은 이의를 제기했고, 수사기록은 성남지청으로 넘어갔다. 이후 박 차장검사는 경찰의 수사기록에 미흡함을 느껴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시발점이다.

경찰이 이 후보를 서면조사만 하고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지난해 7월3일 경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위해 이 후보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는 “경찰의 정치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이틀 뒤인 7월5일 김원준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 후보 조사 방법과 관련해 “법적 절차는 신분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선 유력주자라는 이유로 대면조사를 피한 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남시 홈페이지
2015년 5월 성남시청에서 제윤경 희망살림 상임이사, 이재명 성남시장, 김진희 네이버 대표이사, 곽선우 성남 FC 대표이사(왼쪽부터)가 빚 탕감 프로젝트 후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성남시 홈페이지

의문점④ 후원금이 시민에게 돌아간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은 지난해 8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윤 후보 측은 해당 의혹이 ‘미르-K스포츠 재단’ 사건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미르-K스포츠 재단 사건의 경우 최순실을 위한 것”이라며 “성남FC의 후원금 소득은 모두 성남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주장에는 성남FC가 시민구단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성남FC는 1988년 통일교 재단이 설립해 소유하고 있다가 2013년 성남시가 인수해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지난해 9월 기준 지분 구조는 성남시 산하 성남시장애인체육회 65.2%, 시민 소액주주 24.8%로 이뤄져 있다. 구단주는 성남시장이 맡게 된다.

성남FC는 일반 기업과 같은 주식회사다. 주주가 된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혹은 배당금을 통해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성남FC는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매년 발행하는 사업보고서에 배당에 관한 사항은 적혀 있지 않다. 2014년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성남FC 측은 “투자자께서는 기부금 성격의 증자에 참여한다는 것을 유의하기 바랍니다”라고 공고했다. 오히려 배당은커녕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인해 공적 자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2020년 성남FC가 성남시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137억원에 달했다.

즉 성남FC가 아무리 많은 후원금을 받더라도 시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이익은 없다. 보유 주식 수에 따라 입장권이나 유니폼, VIP실 이용권 등을 받는 게 전부다. 이 와중에 성남FC의 후원금 일부가 시 산하 체육단체에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불거졌다. 민주당 선대위는 “그런 사실이 일절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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