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와 환대 사이’ 尹의 광주 방문 상반된 풍경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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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광주 민심’ 구애…5·18묘역 참배·HDC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방문
시민단체 반발에 묘역 참배 무산…추모탑 30m 지점서 묵념으로 대신하고 발길 돌려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 정신”…광주공항 이전 등 공약 보따리 풀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6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흩날리는 눈발 속에 추모탑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 5·18민주묘지를 찾은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윤 후보의 이날 민주묘역 참배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6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흩날리는 눈발 속에 추모탑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해 11월 10일, 5·18민주묘지를 찾은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윤 후보의 이날 민주묘역 참배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반쪽 참배’에 그쳤다. ⓒ시사저널 정성환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 10여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1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그의 추모탑 접근을 막으며 ‘눈물쇼 무릎쇼 마라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기만 이미지 세탁쇼’,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 10여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1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그의 추모탑 접근을 막으며 ‘눈물쇼 무릎쇼 마라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기만 이미지 세탁쇼’,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광주를 찾아 호남민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2∼23일 1박 2일로 전북·전남·광주를 방문했고, 설 연휴 호남 230만 가구에 손편지를 보낸 데 이어 재차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을 찾아 호남 표심에 적극적으로 공들이는 모습이다. 진보 진영의 성지인 국립5·18민주묘지에선 ‘불청객(不請客)’으로 냉대를 받은 반면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선 민원을 들어줄 ‘진객(珍客)’으로 환대를 받는 모양새였다.

 

냉대…5·18묘역에선 ‘불청객(不請客)’

윤 후보는 이날 낮 1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며 광주 일정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인 지난해 11월10일, 찾은 이후 두 번째다. 윤 후보의 5·18민주묘지 참배는 3개월 전 풍경이 재연됐다. 달라진 것은 날씨였다. 이날 민주묘지에는 굵은 눈발이 날렸다. 윤 후보는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이날 낮 12시쯤 ‘민주의 문’에 도착해 방명록에 서명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흩날리는 눈발 속에 추모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지만 발걸음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에도 추모탑 30m가량 앞에 두고 멈춰 서야 했다.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 10여명이 윤 후보와 2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그의 추모탑 접근을 막으며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물쇼 무릎쇼 마라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기만 이미지 세탁쇼’,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참배를 반대하는 5월 어머니들 등 시민들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참배를 반대하는 5월 어머니들 등 시민단체들에 가로 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6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 도착해 방명록에 ‘5월 정신 이어 받아 자유 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10일 방문 당시에는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검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으로 6일 낮 1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 도착해 방명록에 ‘5월 정신 이어 받아 자유 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10일 방문 당시에는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제공

결국 윤 후보는 오월어머니회 유족들 너머 추모탑이 보이는 참배광장 자리에 서서 희생 영령들을 기리며 경례 후 묵념했다. 광주에 4번째 찾은 윤 후보의 분향이 막힌 것은 지난해 11월 ‘전두환 옹호’ 논란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당시에는 추모탑에서 50m쯤 떨어진 곳에서 묵념했으나, 이번에는 30m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윤 후보는 아쉬워하며 몸을 돌렸다. 그는 30m 가량 내려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5월 정신은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묘역에 분향과 참배를 하려고 했으나 일부 단체에 가로막힌 뒤 5월 정신을 이같이 해석한 것이다. 윤 후보는 “분향을 막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분향을 못했지만 마음으로 5·18 희생자분들의 영령을 참배했다”며 “제가 광주를 공식적으로 방문할 때에는 꼭 민주묘역을 찾아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 상징에 예를 갖추고 다시 마음가짐을 바로 갖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방명록에 ‘5월 정신 이어 받아 자유 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10일 방문 당시에는 ‘민주와 인권의 오월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추모탑 진입을 막는 격렬한 시위는 없었지만 윤 후보에 대한 이질감은 여전했다. 윤 후보 도착 전 민주묘지 앞에서는 소란이 벌어졌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및 개혁과전환 광주촛불행동연대 등 단체 소속 10여명은 ‘전두환 옹호 발언 사과하라’, ‘학살자 옹호한 자 광주 땅 밟지 마라’ 등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길을 가로막았다.

이들의 시위에 일부 보수 유튜버들이 “선거를 방해하지 말라” “TK가서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고 한 이재명한테는 왜 찍소리도 못하냐” “저들은 광주시민들이 아닌 전국적 시위꾼일 뿐이다”며 확성기로 맞대응했다. 이에 박남선 5·18 당시 시민군상황실장과 김경진 전 국회의원 등 윤 후보 지지자들이 이들을 뜯어 말리며 자제를 요청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2시께 광주 서구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환대…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선 ‘진객(珍客)’ 

이후 윤석열 후보는 오후 2시쯤, 광주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피해 가족들과 입주자 대책위, 피해상인 대책위를 만난 윤 후보는 일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황망함에 공감을 표하며, 철저한 사고 경위 조사와 수사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강조했다. 이날 화정동 사고 현장에 모인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은 윤 후보에게 '전면 철거 후 재시공' 해달라는 자신들의 요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인근 피해 상인들도 영업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안정호 HDC아이파크 붕괴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원청이 벌을 받아야 하는데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상황이다”며 “저희 가족들을 잊지 마시고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앞서 문전박대 당했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 방문 때와는 상반된 풍경이었다. 송 대표는 지난달 26일,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천막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들과 인근 지역 상인들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보여주기 쇼를 위해 다 늦어선 온 것이냐”며 강력 항의하는 바람에 천막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당시 송 대표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텐트로 향하자 피해자가족협의회 안 대표는 “들어오지 마세요. 우리 죽겠는데. 가세요. 오지 마세요. 지금 뭔 난리에요, 가족들한테”라며 항의했다. 사고현장 주변 펜스에는 ‘민주당 반대한다’ 등 여당과 정치인 비난 현수막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어 오후 3시부터 광주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와 지역언론 간담회에 연달아 참석한 윤 후보는 지역 공약 보따리를 풀었다. 광주시에서 추진 중인 현안 가운데 AI(인공지능)를 ‘1번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광주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AI 대표 도시로 조성하고 국가 AI 집적단지를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산업별 인공지능 사업화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국가데이터센터·광주과학기술원 연계 산학연 클러스터 구축 △AI 영재고 설립 등을 통해 광주를 AI 융합산업의 글로벌 시장으로 선도하겠다는 등 7대 공약을 내놨다.

또 “광주와 포뮬러1(F1) 경기장을 갖춘 영암을 잇는 47㎞ 구간을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 형식으로 건설하겠다”며 “현재 1시간10분 가량 걸리는 광주~영암 통행 시간을 25분으로 단축해 광주와 서남부 간 연결망을 획기적으로 개선, 광주·전남의 통합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확인하고 숭고한 정신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을 설립하겠다”며 “자유·민주 ·인권 정신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학술과 연구, 교육 사업을 추진해 5·18을 전 인류와 공유하는 연대 중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남권 원자력의학원 건립 △미래 모빌리티 선도 도시 구축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조기 착공 △도심 광주공항 이전 등 기존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해서도 공약으로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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