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준강간죄 요건인 ‘항거불능’ 개념은 합헌”
  • 이은진 디지털팀 기자 (eunjinlee525@gmail.com)
  • 승인 2022.02.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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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법원 자의적 해석 가능’ 주장에 “상식으로 무슨 뜻인지 예측 가능”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각각 준강간죄, 준강제추행죄로 처벌하는 형법 299조의 ‘항거불능’ 개념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술에 취한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은 청구인이 ‘항거불능’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A씨가 형법 299조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헌재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항거불능 상태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것이 형법 299조의 목적이라고 전제하고 “항거불능의 상태란 가해자가 성적인 침해 행위를 함에 있어 별다른 유형력의 행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피해자의 판단·대응·조절 능력이 결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즉 정신 또는 의식의 장애로 성적행위에 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심신상실과 비슷한 상태라는 얘기다. 대법원도 지난 2000년부터 줄곧 위 법 조항상 항거불능에 관한 의미를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 밖에 ‘위 법 조항이 술을 마신 상대와 관계를 맺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해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원치 않는 관계를 거부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A씨는 지난 2015년 7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성추행 및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위 법 조항에 명시된 ‘항거불능’의 의미나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법원이 곤란한 경우도 포함해 준강간죄 및 준강제추행죄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며, ‘술을 마신 상대방과 성관계를 맺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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