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디지털성범죄, 남성 피해자도 많아…인권 문제로 봐야”
  • 이은진 디지털팀 기자 (eunjinlee525@gmail.com)
  • 승인 2022.02.0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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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9일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위원장과 대담 진행
“여성이 ‘여성’ 대신 ‘사람’이라 지칭되는 시대 왔으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정춘숙 여성위원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 행사에 참석,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정춘숙 여성위원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30%가 남성”이라며 “이 문제는 남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 참석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현안 문제가 증오인데, 그중 하나가 성범죄를 둘러싼 갈등을 여성의 문제로 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대개 여성일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이게 마치 남녀 성간의 갈등 사안처럼 접근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디지털 성범죄는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 모두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이 후보는 ”성 착취물 문제는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 ‘인권살인’이라고 규정해도 될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남녀 성간의 문제로 절대 가게 하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디지털성범죄를 남녀 갈등 사안이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을 내세워 20대 남성의 표심 이탈 최소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남성 표심 몰이에 올인하는 선거 전략을 펼치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행사는 이 후보와 정춘숙 여성위원장, 그리고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위원장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민주당 선대위의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와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서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를 들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열린 이재명 후보와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서 ‘n번방, 디지털성범죄 추적 연대기’를 들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n번방’ 가해자 추적 초기 경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됐던 점, 국제수사 공조가 어려워 가해자 검거가 어렵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후보도 이에 공감을 표했다. 이어 “폭력 피해나 도둑을 맞으면 치유가 될 수 있는데 (디지털 성범죄는) 치유가 안되고 완벽하게 재생산이 가능하다”며 “국제 수사에서도 성 착취물에 대해선 수사 협조가 가능한 만큼 역량 투입을 늘리고 수사 역량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공약도 소개했다. △디지털 성범죄 수익에 대한 독립몰수제 도입 △광역 단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딥페이크 영상 표시의무제 도입 등이다. 그는 “경기지사로 근무할 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고 실무 인력도 상당수 배치해서 상당히 성과가 많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이 후보는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성범죄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서약문에 서명을 하면서도 ‘여성’ 글자를 가리키며 “언젠가는 이런 말(여성)을 안 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성불평등이나 여성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지금은 ‘여성’이라고 쓰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사람’이라고 쓰는 시대를 우리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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