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 편입’ 이슈화엔 성공했으나 그다음이 문제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3 07:35
  • 호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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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연구원에서 지난여름 서울·수도권 지역 현안 조사 나서”
학계, 메가시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충분한 준비 과정 없는 점에 아쉬움 표해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돌출된 이슈” “수도권·지방 불균형 해소 청사진 먼저 제시돼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 정책을 두고 쏟아지는 이와 같은 쓴소리는 야당의 목소리가 아니다. 같은 여당 소속 의원이나 지자체장이 제기하는 비판이다. 이처럼 행정 통합이나 행정구역 개편 같은 민감한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게 된다. 현장과 학계에서 필요성을 역설해도 정치권에서 쉽사리 합의가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선을 약 5개월 앞두고 이미 어젠다(의제)는 던져졌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다. 국가 백년대계를 충분한 논의나 준비 과정이 없이 섣불리 내놓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시에 김포의 서울 편입 정책이 급작스럽게 국가적 이슈가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경기도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월2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거리에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경기북도 분도에 대한 김포시 거부감이 발단

지난 추석 명절 기간을 전후해 김포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에 ‘김포시→경기북도? 나빠요, 김포시→서울특별시! 좋아요’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국민의힘이 내건 현수막이었는데, 이때까지도 김포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후보가 내건 공약일 뿐 실현 가능성에 대해 큰 기대는 없는 분위기였다. 경기도가 도를 북도와 남도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김포시를 경기북도에 포함시키느냐 여부를 두고 찬반이 나뉘던 상황이다. 그러던 중 ‘경기북도 김포’보다는 ‘서울 김포’가 낫다는 의견이 나오며 지역에서 서울 편입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경기북도에 대한 지역 내 거부감이 발단이었다. 김포시는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절차가 본격화되자 서울시 편입 요구를 공론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0월30일 김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간담회’에서 “당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론을 낸 이유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서울 서부권 배후경제권도 발달시킬 수 있는 데다, 김포의 해외무역·외국투자·관광 등이 서울시의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김포 시내 곳곳에는 추석 이후 자취를 감췄던 그 현수막이 다시 내걸렸다. 11월8일 처음 열린 김포시 주민 간담회는 서울 편입의 현실화 가능성을 묻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집권여당이 ‘메가 서울’ 깃발을 내걸면서 현실 가능성에 대한 주민의 기대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김포뿐 아니라 하남과 구리, 광명 등 서울과 인접한 다른 도시들도 잇따라 편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부산과 대구 등 지방 광역도시 인근 도시들에서도 편입 요구 목소리가 나오면서 ‘메가 서울’이 메가톤급 이슈가 돼 전국이 들썩이는 양상이다.  

 

“스윙보터 지역에서 조사된 가장 좋은 공약 건드렸을 수도”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해 메가시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학계에서는 이렇게 중차대한 논의를 국가적 어젠다로 띄우기 전에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의견 수렴 등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시한다. 국민의힘은 김 대표의 당론 추진 발표가 있은 지 일주일여 만인 11월7일 당대표 직속으로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조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특위는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기관보고와 전문가 특강, 현장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김포시도 시민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를 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각종 연구와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국민의힘 산하 정책연구소)에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외부 용역을 줘서 서울·수도권 45개 정도 스윙보터(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 못 한 유권자)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지율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각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이 무엇인지, 지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가장 좋은 공약이 무엇인지를 묻는 여론조사였다. 그 여론조사를 근거로 가장 현안이 될 만한 이슈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지역들은 학군 등 이슈가 많이 나왔을 것이고, 아마도 김포는 5호선·9호선 지하철 연결 등 교통 문제와 경기 북·남도 분도 문제에 따른 서울시 편입이 가장 중요한 민원 중 하나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편입에 따른 김포·서울 주민의 득실과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김포시와 공동연구반을 꾸리고 연말께 분석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눈치를 살피던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적인 여론이 다소 비판적으로 돌아서자 반대 입장으로 가닥을 잡은 듯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1월8일 이 사안을 처음 언급하며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할수록 수도권 시민 삶의 질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은 현실 가능성 없는 총선용 공약이라는 비판은 물론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정책과도 엇박자라는 문제 제기에 직면해 있다. 국가 대형 정책을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여당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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