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극이 된 캠핑’…5살 아이 등 일가족 3명, 텐트서 참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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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중독 추정…무색·무취로 인식 어려워
겨울철 유사 사고 잇따라…“캠핑시 화로·이동식 난로 주의해야”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에서 3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최근 겨울철 캠핑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변을 당하는 사례가 이어져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2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충북 영동군 황간면 소재의 한 캠핑장 텐트 안에서 A(63)씨와 그의 부인(58), 손자(5)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119구급대원들은 “나갈 시간이 됐는데 아무 소식이 없어 가보니 사람들이 텐트 안에 쓰러져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트 안에는 숯불 등을 피운 흔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들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서울에서 이곳으로 놀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도 경기도 여주시 한 캠핑장에서 50대 부부가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여주소방서는 전날인 11일 오전 9시55분께 캠핑장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텐트 안에서 숨져 있는 부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텐트 안에는 숯불을 피운 흔적이 있는 화로대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사고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광주시 북구 생용동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60대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텐트 안에서 액화석유가스(LPG)를 연결해 사용하는 휴대용 온열기구를 사용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캠핑·차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의 26% 발생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이 지난해 발표한 일산화탄소 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3년 간 119에 신고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총 471건으로, 이 중 85.1%인 401건이 10~3월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캠핑·차박 등으로 인해 텐트 안이나 차량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전체의 26%에 달했다. 사고 원인은 가스류 노출이 61.8%로 가장 많았고, 목재류(25.2%), 석탄류(8.9%), 석유류(4.1%) 순이었다.

특히 일산화탄소는 색이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아 노출된 상태에서도 인지하기 어렵다.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이 발생하며 호흡 곤란이나 구토, 손발 저림 등의 증세를 겪게 된다. 밀폐된 텐트 내라면 중독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잠이 들 경우 깨어나기 힘들어 사망에 이를 위험이 커진다.

행정안전부는 캠핑을 할 때 화로나 이동식 난로를 사용하는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는 “야외에서 캠핑할 때는 주변의 시설 배치나 소화 기구 위치, 이용자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잠을 잘 때는 침낭이나 따뜻한 물 주머니를 활용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또 “부득이하게 텐트 안에서 난방기기를 사용할 경우 수시로 환기하고, 휴대용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사용해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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