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폰’이 통신비 인하 대책?…‘프리미엄폰’ 대세 속 실효성 논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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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양극화로 ‘중가폰’ 외면받는데…고급화 전략도 ‘흔들’
“소비자 중저가폰 선택-통신비 인하 연결 어려워”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한 것은 ‘중저가폰’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최근 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제조사가 30~80만원대 가격의 중저가 단말기를 올해 안에 2종, 내년 상반기 3~4종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 요금제와 단말기 선택권을 확대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통신3사를 압박해 온 정부가 이례적으로 제조사까지 참여시켜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미엄폰’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중저가폰’에 기대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올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의 84% 이상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7월7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시민이 갤럭시 Z플립5를 살피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br>
 ‘프리미엄폰’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중저가폰’에 기대 통신비 인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폰플레이션’ 압박에 ‘보급형’ 다시 집중하나

2021년 7월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화됐다. 이중 삼성전자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70~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샤오미와 모토로라, 낫싱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중저가폰이, 정부가 ‘낮은 가격의 단말기’로 구상하는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 점프3을 공개했다. 최근 국립전파연구원 적합성 평가를 받은 갤럭시 S23 FE도 연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E 모델은 주력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은 담고 사양은 낮춰 가격을 내린 보급형 모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국내 시장에서 갤럭시 A시리즈를 확대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폴더블폰인 갤럭시Z 라인의 FE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통신비 절감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결국 ‘폰플레이션’을 압박하는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저가폰 중심의 인하 대책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중저가폰의 판매량에서 나온다.

27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시민들이 갤럭시 Z플립5과 Z폴드5 등 신제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시민들이 갤럭시 Z플립5과 Z폴드5 등 프리미엄군 제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서 프리미엄폰 판매량 확대

중저가폰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효자’ 역할을 해왔다.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은 갤럭시의 중저가 라인인 A시리즈의 A12다. 한 해 동안 무려 5000만 대 이상이 팔리면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견인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주 저렴하거나 아예 비싼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오히려 중간 가격의 제품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제품군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제품 선호도가 높았던 중국에서도 애플의 아이폰14가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동남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하량이 급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제품군이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제안한 중저가폰의 가격 스펙트럼이 넓어(30~80만원) ‘낮은 가격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삼성전자의 중저가 라인 중 맏형 급이던 A7 시리즈는 더이상 출시되지 않고 있다. A7 시리즈는 다른 A시리즈와 달리 2021~2022년 탑10 제품 순위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판매 부진을 겪었다.

갤럭시 A7 라인의 평균 출고가는 60~70만원으로, 가격과 성능 측면에서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안드로이드폴리스 등 해외 IT 매체는 삼성전자가 A7 시리즈를 정리한 것을 두고 프리미엄폰으로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중저가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보급형 모델로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던 아이폰도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신비 인하의 일환으로 중저가 라인을 확대하는 것은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형 제품으로 보급률을 올리고, 프리미엄군 제품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가져가며 수익성 측면에서 애플에 맞대응하려고 했던 삼성전자의 투 트랙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들도 중저가폰 대신 전작 플래그십 모델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저렴한 단말기보다는 프리미엄군 단말기를 저렴하게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모델 출시와 소비자 선택이 연결돼야 하는데, 현재의 소비 현상을 볼 때 선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며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 인하를 연결시키려는 정부 정책이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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