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알시파 병원, 시신 널려있어…마당에만 100구 이상”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1.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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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대변인 “전력 중단으로 미숙아 등 사망자 속출”
병원장 “최근 32명 사망…이스라엘은 환자 대피 관련 응답 없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다쳐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받는 팔레스타인 소녀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다쳐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받는 팔레스타인 소녀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IDF)의 군사목표물이 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의 상황이 묘지를 연상시킬 정도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이 병원 지하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핵심 지휘시설이 존재한다면서 병원 내 민간인에 대피를 권고해 왔지만, 병원 측은 중환자 등이 많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병원 피해 상황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크리스티안 린드마이어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각)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알시파 병원의 상황이 “거의 묘지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병원 주변에는 처리될 수 없거나 매장 혹은 일종의 영안시설로 옮길 수도 없는 시신들이 널려 있다. 이 병원은 더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력공급이 중단되고 비축했던 연료가 떨어져 비상발전기조차 가동하기 힘들어지면서 알시파 병원에선 희생자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구호단체 액션에이드는 인큐베이터 작동이 중단되면서 11일 이후 신생아 3명이 사망했다고 알렸다. 린드마이어 대변인은 이 밖에도 신장 투석이 필요한 환자 45명이 더이상 처치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알시파 병원의 모하메드 아부 셀미아 국장은 신생아 3명과 산소부족으로 사망한 3명을 포함, 최근 숨진 사람의 수가 32명에 달한다면서 신장 투석을 받지 못하는 환자 중 여럿이 이틀 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IDF가 미숙아와 환자의 피란을 위해 접촉해 왔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그런 연락을 해 오지 않았다”며 “대신 우리가 연락했으나 현재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2일(현지 시각)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미숙아들의 모습 ⓒAP=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각)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미숙아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또 현재 병원 내에는 150구의 시신이 있고 매장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개들이 시신을 훼손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마르완 알바르시 박사도 알시파 병원 마당에만 100구 이상의 시신이 쌓여 있다면서 연료가 떨어져 영안실 냉각기가 멈춘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 점령군이 전력을 차단하면서 시신이 분해되고 썩어 벌레가 기어 나오는 게 보일 지경”이라면서 “시신 매장을 허락받으려 점령군과 조정을 시도했지만 병원 밖에 나가는 사람은 누구든 곧장 총에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의 한 외과의는 소셜미디어에 “상황이 매우 나쁘다. 이건 비인간적이다”면서 “병원 내엔 전력도, 물도 없다”고 적은 글을 올렸다.

그러나 알시파 병원 의료진은 중환자들을 남겨두고는 떠날 수 없다며 IDF의 대피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의 무니르 알부르시 박사는 말했다.

알부르시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그들을 남겨둔다면 죽을 것이고, 이송한다고 해도 가는 길에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알시파 병원 출입구 바로 앞까지 IDF의 탱크와 장갑차들이 전진해 거센 공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백악관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병원은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병원과 관련해 덜 방해적인(intrusive) 행동이 있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은 알시파 병원의 참상이 하마스가 국제여론전의 일환으로 연출한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수석 고문인 마크 레게브 전 주영 이스라엘 대사는 BBC 인터뷰에서 “그들은 위기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원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미숙아들의 목숨을 구하려 발전기용 연료를 제공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도 이 아기들이 해를 입는 걸 보길 원치 않는다”면서 하마스가 의도적으로 알시파 병원 지하에 군사시설을 지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아기들을 군사장비와 병력 등을 지키는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마스의 통제를 받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달 7일부터 이달 13일 사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사람의 수가 1만1240명에 달한다면서 이들 대다수가 어린이(4630명)와 여성(3130명)이라고 전했다.

숫자의 진위를 확인하긴 힘들지만,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우리는 이 숫자를 확신한다”면서 계속해서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다만 그는 “현재는 큰 혼란과 인명손실 탓에 우리가 듣는 모든 숫자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기는 측면도 보였다.

1946년부터 운영돼 온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에는 현재 600명의 환자와 200∼500명의 의료진, 1500여명의 피란민이 지내고 있다.

이곳 근처와 지하에 하마스 주요 군사시설이 밀집해 있다고 주장해온 IDF는 현재 병원 바로 앞까지 당도해 전투를 벌이고 있으나, 하마스와 병원 측은 환자들이 ‘인간방패’로 사용된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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