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한 상황을 알리거나 빠른 축하를 전할 때 사용되던 통신수단인 전보가 1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12월15일 부로 전보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KT는 “휴대전화 대중화 등 통신시장 환경 변화로 전보 이용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누적 적자 증가로 인해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보는 원거리에 있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전신을 매개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우편보다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19~20세기 주요 통신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

발신자가 관할 우체국에 전화해 메시지를 부르면, 가입전신(텔렉스)으로 수신자 인근 우체국에 전달되고, 사환이 이를 배달했다. 국내에서는 1885년 한성전보총국이 서울-인천 간에 첫 전보를 보냈고, 광복 이후 체신부와 KT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서비스가 이관돼 역사를 이어왔다. ‘축개업’, ‘조부위독’ 등 간단한 메시지를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이메일과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전보 이용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2010년대부터는 축전이나 애경사를 알리는 카드전보나 떡, 꽃 등을 배달하는 선물전보를 통해 경축용이나 선물용으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사용량은 매년 감소했다. 50자에 기본료 1100원, 배달료 1650원이라는 가격, 5자당 100원의 추가 요금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KT는 지난 2018년 국제 전보 서비스를 먼저 종료한 데 이어 국내 전보 서비스도 중단하기로 했다. 일반전보, 경축전보, 선물전보 서비스가 내달 15일부터 종료될 예정이다. KT는 “전보 서비스는 우체국에서도 제공한다”고도 알렸다. 우정사업본부는 오프라인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경조 카드 서비스, 메시지와 돈을 보내는 일종의 전신환 서비스인 경조금 배달 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전보 서비스는 세계적으로도 종료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네트워크 기업 웨스턴 유니온은 2006년 1월 IT기술 발달을 이유로 전보 서비스를 종료했다. 독일 우체국도 올해 1월, 170년 만에 전보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조유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