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김기현·인요한·이준석, 패자는 국민의힘 [최병천의 인사이트]
  •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1 12: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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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참패’ 이후 펼쳐진 여권의 성적표…김·인·이, 국면 전환 성공에 존재감도 뽐내
바뀌지 않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에 여당은 위기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1%포인트 격차로 참패했다. 이후 여당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삼국지’ 프레임을 빌려와 여권의 핵심축이자 플레이어인 ①당정 ②인요한 혁신위원장 ③이준석 전 대표라는 세 집단을 등장인물로 현재 동향을 정리해볼 때다. 일지(日誌)와 연동해 정리해 보면, 이들이 각각 ‘도전과 응전’을 위해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보선 이후 지난 40일간은 3개 국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국면(10월12~22일)이다. 이 시기에는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이 분출했다. 1국면의 주요 플레이어는 국민의힘이었다. 2국면은 10월23일부터 11월3일까지다. 10월23일에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했다. 이 시기는 ‘국면 전환기’다. 2국면의 주요 플레이어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었다. 3국면은 11월4일부터 현재까지다. 이 시기는 ‘이준석 신당론’이 분출하는 시기다. 큰 흐름으로 볼 때, 인요한 혁신위와 이준석 신당론이 이슈 주도권 싸움을 하는 시기다. 3국면의 주요 플레이어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다. 국면별로 살펴보되, 플레이어들의 활약과 연계해 살펴보자. 

ⓒ연합뉴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혁신위와 비교된 인요한 혁신위

1국면(10월12~22일)은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장 임명 직전까지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기현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론’이 제기된다. 10월13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에 “차분하고 지혜롭게 내실 있는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다. 대통령실 메시지의 강조점은 ‘차분’에 있었다. 10월14일에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을 포함한 임명직 당직자가 일괄 사퇴한다. 김기현 대표는 사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패전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고 재차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윤희숙 전 의원 역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책임론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약 2주간 국민의힘은 ‘지도부 총사퇴론’에 시달린다. 

2국면(10월23일~11월3일)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체제와 함께 시작된다. 10월2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명된다. 인 위원장의 개인기가 돋보인 시기였다. 인 위원장의 행보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된다. 첫째, 친윤 중진에 대한 험지 압박. 둘째, 만남의 정치. 셋째, 혁신안 발표다. 첫째, 그는 10월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영남 스타 의원은 서울에서 출마해야 한다”며 친윤 중진들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압박한다. 친윤 중진에 대한 험지 출마 압박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둘째는 만남의 정치다. 비윤 계열의 대표 정치인을 연이어 만난다. 10월31일 유승민 전 의원을 비공개로 만난다. 11월4일에는 이준석-이언주 부산 지역 토론회를 직접 방문한다. 비록 문전박대를 당했지만, ‘만남’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11월7일에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난다. 11월8일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면담한다. 11월10일에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난다. 셋째, 혁신안 발표다. 1호는 이준석·홍준표 징계 철회다. 2호는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등이다. 3호는 당선권 비례대표 50% 청년 공천 의무화다. 

이 지점에서 인요한 혁신위와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친윤 주류 압박’을 한 축으로, ‘비주류 정치인과 만남의 정치’를 또 다른 한 축으로 활동했다. 김은경 혁신위는 반대였다. 불체포특권 폐지와 대의원제 개편 등에 강조점을 뒀다. ‘주류’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고, 비주류 유력 정치인과 만남을 시도한 적이 없다. 접근 방법은 ‘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인 위원장은 ‘정치적인’ 방법으로 이슈를 주도했지만, 김 위원장은 ‘비정치적인’ 방법을 사용해 결과적으로 이슈에서 소외됐다. 

인요한 혁신위 체제가 순항하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정책 공세’를 시작한다. 10월31일 경기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당론 추진을 발표한다. 11월2일에는 사퇴했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지명한다. 이 위원장은 실세 자리를 사퇴한 후 더 실세인 자리로 복귀했다. 11월6일에는 내년 6월까지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발표한다. 

3국면(11월4일부터 현재까지)의 가장 큰 특징은 이준석 전 대표의 반격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필살기는 ‘신당론 띄우기’다.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한다. ①인요한 혁신위를 강하게 비판한다. ②이슈는 이슈로 덮는다(신당론 띄우기). ③‘만남의 정치’와 인터뷰를 섞어 활용한다. 특히 이 전 대표 역시 신당론 띄우기를 무기로 ‘광폭 행보’를 한다. 11월1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면담한다. 11월4일 부산 지역에서 이언주 전 의원과 공동토론회를 한다. 11월8일 홍준표 시장을 만난다. 측근을 통해 ‘대구 출마설’을 언론에 흘린다. 11월10일 이준석·김종인·금태섭 3자 회동을 한다. 11월11일엔 ‘천아용인(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기인 경기도의원)’ 4자 회동을 한다. 11월1일 김종인 면담부터 11월11일 천아용인 회동까지 약 2주간 언론 지면은 온통 ‘이준석 신당론’으로 뒤덮이게 된다.

‘강서 참패’의 핵심 이유인 尹 변화는 ‘아직’

중간 결산을 정리해 보자. 김기현 대표는 사퇴 책임론에 대한 ‘국면 전환’에는 일단 성공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최대 승자는 이준석 전 대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관심’이라는 에너지다. 지난 2주간, 이 전 대표는 대선후보급의 주목을 받았다. 

그럼 패자는 누구인가? 단기적으로는 민주당이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민주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다른 패자는 누구일까? 국민의힘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기조’ 때문이었다. 분명히 김기현, 인요한, 이준석은 승자가 됐다. 그런데 정작 제일 중요한 패배의 요인인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는 무엇 하나 바뀐 것이 없다. 그렇게 가장 큰 패자는 국민의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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