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검찰 권력 견제’라 말하고 ‘이재명 방탄’이라 쓴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7 10:05
  • 호수 1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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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주도하는 민주당, ‘이재명 수사’ 검사까지 탄핵 나서 논란 
당내에서도 “국민들 바보 아냐” 우려…당지도부 “검사 한 명 빠진다고 수사가 멈추나” 반박

과반이 넘는 168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재차 꺼내 들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인 모습이다. 올해 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헌법재판소에서 기각)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은 현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일부 검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검사 탄핵 시도는 특히 논란의 한가운데 서있다. 민주당은 부패한 검사 개인, 그리고 권력화된 검찰 조직에 대한 정당한 심판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이 정치적 계산으로 의회 권력을 오남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회의 탄핵소추권은 헌법으로 보장된다. 헌법은 65조에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필수적 조건인 셈인데, 민주당은 이미 지난 9월 ‘간첩 증거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 관련 재판에서 보복 기소 책임이 인정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의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나 법조계에서도 눈에 띄는 반발이 나타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11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11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이원석 검찰총장 탄핵 가능성 남겨둬

민주당이 이번 탄핵 대상에 올린 검사는 2명이다.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자녀 위장전입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의심을 받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측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정치인·언론인 등을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으로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이 차장검사의 관련 의혹도 최근 터져 나온 것으로 아직은 여러 쟁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이 차장검사가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란 점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과 이 대표 수사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과 여권 등에선 ‘보복 탄핵’이자 수사 지연 의도라는 의심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논란에 더 불이 붙은 건 민주당이 추가로 탄핵 대상 범위를 넓힐 것이란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다. 특히 11월9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까지 됐으나 무산된 1차 탄핵 시도 이후 지금 이를 재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원석 검찰총장 탄핵도 검토한다고 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김용민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이 총장 탄핵을 시사하고, 대변인도 ‘논의는 될 것 같다’고 인정했으나 이후 번복됐다. 당 지도부는 ‘논의한 적도 없고 계획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며 주워담았다.

민주당 내에선 여전히 이 총장 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가능성 등을 여전히 열어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의 검찰 대응 관련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장의 경우 공식 논의까진 아니었지만 이야기가 나온 건 사실인 듯하고, 앞으로도 (추가 논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라임 사건 접대 의혹이 있는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 고발 사주 증거인멸 의심을 받는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 등도 추가로 탄핵 명단에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에 대한 민주당의 ‘좌표 찍기’도 논란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1과장과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 사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처남이자 김 여사의 오빠인 김아무개씨의 수사를 담당했던 이정화 수원지검 부장의 실명과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 김영철 검사는 김 여사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등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고, 이정화 검사는 김 여사 오빠의 범죄 혐의를 축소 적용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들 역시 추가로 탄핵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이재명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는 비명(非이재명)계에선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수사를 담당하는 이정섭 검사를 탄핵 대상에 올린 것에 대해 ‘이재명 방탄 탄핵’이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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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오른쪽)이 4월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60회 법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원로 “탄핵의 정치 멈춰야”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다선 의원은 “비겁하고 당당하지 못하다. 우리 민주당이 검찰이나 윤 대통령에 대해 그들이 가진 권한을 오남용하지 말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입법의 다수파로서의 권한을 오남용하고 있다”며 “결국은 이재명 대표를 비호하기 위해서 (검사 탄핵을) 하는 것인데 너무 치졸하고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당의 ‘검사 좌표 찍기’에 대해서도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수박’이라 낙인찍고 문자폭탄 보내고 하는 걸 공직자들에게도 하는 것”이라며 “정말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비명계 분류 당내 인사도 “국민들이 바보인가. 이 대표 수사검사를 탄핵하는 건 누가 봐도 방탄일 것”이라며 “체포동의안 표결 때부터 그렇게 방탄을 하더니 당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충성 경쟁과 개딸에 대한 공포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명계뿐 아니라 곳곳에서 검사 탄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감지됐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스스로를 얼마나 감쌌는지, 그들이 자정 능력을 다 상실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들도 헌법과 법률에 의해 견제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이정섭 검사를 탄핵하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오해를 사게 됐다. 이 대표 수사를 지휘하는 이 검사가 들어가면서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된 측면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장관 등에 대해 탄핵을 반복하는 이른바 ‘탄핵의 정치’에 대한 내부 우려도 나왔다. 합리적 성향의 민주당 한 원로는 “민주당이 탄핵의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탄핵을 남발하게 되면 그 정치적 의미가 퇴색되고 나중에 보복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개별 검사에 대한 탄핵은 명분도 부족하고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그간 검찰이라는 집단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지 않나. 전혀 견제가 없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면서 나라를 마음대로 쥐고 흔들었다”면서 “무엇보다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도 저들은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다 뒤를 봐주기 때문이다. 지금 법적 문제가 상당히 있는 다른 검사들도 다 멀쩡하게 있다는 이유를 들며 일각에서는 징계를 하면 되지 탄핵까지 할 일이냐고 하는데, 검찰 출신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에서 덮어주면 아무 일도 없던 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은 헌법에 정해진 권한을 이용해 정의를 실현하는 것일 뿐 다른 어떤 정치적·정략적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방탄 탄핵’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의도가 전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휘 검사 한 명 빠진다고 수사에 문제가 생기면 그거야말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실제로 이 대표 관련 수사들을 보면 제대로 된 증거가 나오지도 않고 있다. 경쟁자, 야당 대표 죽이기였다는 사실만 드러나고 있는데 그 자체로 더 이상 검찰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걸 그들 스스로 자기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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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탄핵 대상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가 11월13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1심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과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와 적대감, 상상 이상”

일각에선 민주당이 검사 탄핵뿐 아니라 검찰 특수활동비 삭감 등 검찰과의 전면전을 다시 본격화한 것에 대해 ‘조국 사태’로부터 비롯된 검찰, 특히 ‘윤석열 사단’에 대한 민주당의 분노, 적대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조국 사태의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민주당은 정권 이양이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여전히 야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내부 구성원들의 윤석열 정부, 검찰에 대한 분노와 적대감은 상상 이상”이라며 “검찰과 계속 싸우고 있는 민주당 입장에서 검사 탄핵은 내놓을 수 있는 제일 확실한 카드다. 국정조사나 다른 방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볼 것”이라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론을 강화하겠다는 민주당의 구상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특히 정점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김건희 특검법’(12월22일 이후 본회의 자동 상정)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김건희 특검의 불씨를 살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지지층을 다독거리려는 의도”라고 봤다. 만일 민주당 주도로 12월에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데 미리 여론을 지펴 그 시점에 정권심판론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박상병 평론가는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한 총선 200석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對)여권, 대검찰 견제력을 확실하게 보여 200석의 명분을 얻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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