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명‘ 주류도 분열 조짐? ‘진박감별’ 사태 재현될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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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은 ‘尹心 혁신안’ 갈등…친명은 ‘검찰전쟁’ 방향타로 어수선
“現 주류들은 고리 없는 이질적 연합체…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

거대양당이 계파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각 당의 주류층 내부에서도 이해관계를 두고 분열 조짐이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주류 험지출마론 등 용산의 시그널로 읽히는 ‘혁신안 수용’을 두고 친윤(親윤석열) 내부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도 친명(親이재명) 내부에서 ‘검찰전쟁’ 방향타를 두고 강경-신중파가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과거 박근혜 정권 여당(새누리당)에서 발생한 ‘진박감별 사태’가 양당에서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은 윤심에 반발…친명은 검찰전쟁 갈팡질팡

국민의힘은 앞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불거진 ‘총선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후 혁신위는 당 지도부와 영남 중진, 친윤계 인사들에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등을 요구했다. 당내 통합을 위해선 당 주류층의 ‘희생’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관련해 혁신위 수장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소신껏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를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 주류층은 혁신위의 요구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히는 상황에 대해 반발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반발의 중심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기반으로 전당대회에서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대표와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있다. 김 대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지연 전략을 펴는 모습이다. 그 사이 영남 중진이기도 한 장제원 의원은 지역구 행사에서 본인 지지자들을 앞에 두고 공개적으로 ‘험지 출마 거절’ 의사를 드러냈다.

일각에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구(舊)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세력이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치적으로 득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단 추측에서다. 이렇게 구 윤핵관 세력이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경우, 새롭게 출현할 소위 ‘진윤(眞윤석열)’ 세력이 이들과 대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여권 내에선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철규 의원 등이 윤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이들도 분류된다.

민주당 주류층인 친명 내부도 검찰개혁 방향이나 검찰인사 탄핵 등 ‘검찰전쟁’ 기조를 두고 셈법이 분분한 모양새다. 강경파 측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으로 무산시킨 ‘검찰개혁’에 시동을 거는 등 ‘대검찰’ 공세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검찰대응 관련 기구의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당의 소명을 실현시킬 타이밍은 180석을 가진 현 시점밖에 없다”며 검찰개혁을 이번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실행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지도부와 신중파는 총선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검찰개혁에서 멀어진 만큼, 검찰 이슈에 집중할수록 당에 마이너스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총선 이후로 공세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지도부는 최근 추진된 한동훈 장관 탄핵을 두고도 신중한 모습이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무적 판단을 안 할 수는 없다”며 “(한 장관에) 무관심이 답”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여당만큼 위기는 아니지만, 친명 내부도 총선을 앞두고 분열 조짐이 보이는 등 어수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검찰대응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영장 기각으로 분위기가 반전된 만큼, 검찰 공세를 집중시키는 것이 당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인데 최근 당내 기류에 답답하다”며 “공천을 두고 셈법을 따지는 느낌도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왼쪽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측근들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친윤vs진윤’ ‘친명vs진명’…신·구 갈등 촉발될까

정치권에선 양당 주류층의 분열이 박근혜 정권 여당에서 발생한 ‘진박감별 사태’처럼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윤 대통령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구 친박(親박근혜)과 진박(眞박근혜) 세력이 대립하면서 국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국 당시 총선에서 여당은 정치권 예상과 달리 제1당 자리를 뺏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이번 총선에서도 ‘진윤’, ‘진명’과 기존 주류층 간 갈등의 유무, 여파에 따라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비윤(非윤석열)계 여권 관계자는 “지금 양당은 정치적인 핵심 고리가 없는 사람들이 주류에 올랐다”며 “지금 순간의 힘으로 반대파를 찍어 눌러도 결국 본인들도 모래알처럼 흩어질 것”이라고 직격했다. 비명(非이재명)계 야권 관계자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둘 다 비주류에서 서사를 만들어오며 일종의 선거·정치 연합으로 단숨에 올라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연합은 이질적인 만큼 언제든 서로 돌아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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