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대신 갚은 전세금 2.7조원…HUG에 1조원 출자 예정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11.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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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0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 3.6조원
HUG 자본 부족 추정액 약 5조원…정부, 자본금 확충 추진
예산심사서 HUG에 대한 내년 출자액 1조원으로 증액 편성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15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15일 오전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방적인 보증보험 취소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갚아준 전세금이 2조7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같은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국회와 정부는 내년 중으로 HUG에 1조원 규모의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16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3조5565억원, 사고 건수는 1만5833건이다. 이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약속한 기한에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HUG에 대신 갚아달라고 청구한 규모다. 전세보증 사고율은 올해 8월 6.0%에서 10월 9.6%로 상승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 한 해 사고액은 4조원을 훌쩍 웃돌며 작년 연간 사고액(1조1726억원)의 4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금 반환 요청을 받은 HUG가 올해 1∼10월 세입자에게 내어준 돈은 2조7192억원에 이른다. HUG의 대위변제액은 2018년 583억원 수준에서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반면 집주인에 대한 대위변제액 회수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2019년 58%였던 회수율은 지난해 24%, 올해는 10%대로 급감하면서 HUG의 재정건전성은 또한 급격히 악화했다. 문제는 HUG의 손실이 커져 자본금까지 줄어든다면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중단되는 사태로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HUG의 보증 한도는 자본금과 연동된다. 전년도 자본금의 70배까지 보증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HUG 자본금은 6조436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발생한 대규모 순손실이 자본금을 감소시킨 데다 보험업 국제회계 기준인 IFRS17 적용으로 회계상 자본금이 줄어들면, 올해 말 기준 자본금은 1조746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회계 결산 공시를 하는 내년 3월에는 보증 배수가 70배를 한참 넘는 368배로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HUG의 자본 부족 추정액은 4조99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추가 출자를 통해 HUG에 자본을 확충해 줄 방침이다. 1차적으로 연내 3839억원의 출자가 이뤄진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7000억원 규모의 현금 출자가 반영됐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출자 예산은 3000억원 증액돼 총 1조원으로 확대됐다.

전세 보증사고가 늘면서 결국 세금과 다름없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조4000억원 가량을 HUG에 투입하게 되는 셈이다. 국회에선 HUG의 법정자본금을 현행 5조원에서 10조원 또는 12조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70배인 보증 한도를 90배까지 상향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도 발의돼있다.

박재유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세 보증보험 공급 등 서민 보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HUG의 법정자본금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보증 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확충과 더불어 보증 배수 확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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