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 떠난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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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중심 경영 핵심가치에 부응할 필요 있다 생각”
내달 임시 주총서 새 이사진 구성…주주환원도 확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현 회장은 17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임시이사회에 참석해 “최근 사회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핵심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저는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직 및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2003년 10월 현대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2004년 3월부터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현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내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후속 임시이사회를 통해 신임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사회 운영정책 개편과 함께 △지배구조 고도화를 위해 사외이사 선정 프로세스도 개선한다. 성과와 연동된 사외이사 평가 및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감사위원회 별도 지원조직을 설치할 예정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정책도 새로 마련했다. 향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최저배당제를 시행해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비경상 수익에 대해서도 별도의 배당·자사주소각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현대그룹 지배구조 선진화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위해 시장과 주주, 전문기관 등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했다”며 “현정은 회장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선제적이고 통 큰 결단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수년째 2대 주주였던 쉰들러홀딩스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쉰들러 측은 현대엘리베이터가 2006~2014년 현대상선(현 HMM)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과 관련된 주주대표 소송을 진행해 승소한 바 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 배상금과 지연이자 총 2800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후 쉰들러 측은 꾸준히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내다 팔며 9월 말 기준 12.91%를 보유하며 3대 주주에 올라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도 받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행동주의 펀드 KCGI자산운용은 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안을 포함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적대적 세력들의 잇단 압박 속에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정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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