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수막 사태’에 뿔난 김은경 혁신위, ‘미래委 설치’ 재건의 검토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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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사태, 청년 의제를 단순 총선 표심용으로 치부해 발생”
“청년 이슈·기후위기 등 미래 의제는 장기적 심도 있게 다뤄야”
당 지도부 화답 여부에 주목…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 감지
왼쪽 사진은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들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이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왼쪽 사진은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전 혁신위원들의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이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현수막 문구로 질타를 받는 가운데, 당 구원투수 역할을 했던 ‘김은경 혁신위원회’ 인사들도 “혁신위의 미래 전략 논의가 헛수고였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혁신안 중 당대표 직속 ‘미래위원회’ 설치만 별건으로 당 지도부에 재건의할 계획도 검토 중으로 확인됐다. 청년문제 등 미래 의제가 단순 표심용으로 치부됐다는 판단에서다. 혁신위원들의 제안을 당 지도부가 수용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20일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김은경 혁신위 인사들은 당의 현수막 사태를 두고 분노를 표출했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혁신위의 미래 전략 논의 등이 헛수고였던 셈”이라며 “이것이 민주당 미래냐. 이러려고 혁신위를 했나”라는 자조적 반응을 보였다. 다른 혁신위원은 “(혁신위가 끝난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혁신안은 사장될 위기”라며 “이번 논란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다시 떨어진 만큼 조치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혁신안 중 하나인 ‘미래위’ 설치를 별건으로 당 지도부에 재건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미래 의제들을 진정성 있게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혁신위는 미래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취지로 미래위 설치를 최종 혁신안 중 하나로 제안했다. 임기가 보장된 독립위원회 형태로 의제별 분과 위원회도 각각 구성된다. 혁신위는 원내에서 위원회 대표와 전문위원을, 원외에서 의제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선임하도록 구상했다.

다만 현재 당 차원에선 미래위 대신, 총선기획단 산하에 ‘미래준비분과’만 설치한 상태다. 결국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총선용 전략으로 치부돼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혁신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서 미래위 등 혁신안을 지금까지 안 받아줘서 아쉬움이 크다”며 “청년문제와 기후위기 등 미래의제 논의는 단순 총선용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심도 있게 끌고 가야한다. 지금이라도 미래위는 반드시 띄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혁신위원도 통화에서 “우리가 낸 혁신안의 가장 핵심은 대의원제 폐지나 현역 의원 평가 강화, 공천 룰 손보기도 아닌 ‘미래위 설치’였다”며 “그런데 현역 의원들에게 민감한 다른 혁신안들이 주객전도로 주목받는 바람에 미래위 설치 안까지 함께 묻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른 혁신안들과 별개로 해당 혁신안을 급선무로 당에서 수용할 것을 여러 채널을 통해 건의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7일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티저(맛보기)라며 공개한 현수막으로 질타를 받았다.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담겨 ‘청년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관련해 민주당에선 19일 브리핑에서 “총선용, 2030을 대상으로 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의 행사를 위해 업체가 내놓은 문구를 당에서 조치해준 것뿐이다. 총선기획단과는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으로 진행된 만큼 당 해명이 ‘꼬리 자르기’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논평에서 “청년 세대를 공동체와 공적인 가치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돈만 밝히는 이기적 개인주의자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진상조사 및 책임자 징계, 프로젝트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일부 당원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탈당 러시’ 움직임도 보였다.

비명(비이재명)계 원내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간담회 중 “당에서 보낸 공문서를 보면 ‘사무총장, 홍보위원장 한준호’ 이렇게 나와 있다”며 당의 선긋기 해명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도덕성·민주주의·비전이 상실된 민주당의 현실을 반증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논란이 된 ‘캠페인 프로젝트’ 행사 자체를 연기하고 전면 재검토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한편, 혁신위원들은 ‘대의원제 폐지’ 등 혁신안의 핵심 내용들도 당에서 조속히 검토하길 바라는 분위기다. 혁신위 핵심 관계자는 “당에서 혁신안을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누군가 의견을 또 내면 그것(혁신안)이 작동되지 않겠나. 조금 기다려보자”고 주장했다. 이어 “당원들도 청원 등으로 공감표시를 많이 해주셨는데 당에서 수용을 안 하진 않을 것”이라며 “혁신안이 그냥 사문화되면 너무 아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서도 혁신안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기획단에서 혁신안을 들여다보겠다고 직접 밝힌 만큼, 미래위 설치와 현역 의원 평가 강화, 공직윤리 항목 신설 등 핵심 내용의 수용 여부는 기다려봐야 알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김은경 혁신안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응답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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