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만난 당국 수장들 “이자부담 직접 낮춰라”…은행권 압박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0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현 “동네·골목상권 붕괴되는데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
이복현 “횡재세 거론 등 여론 나빠…체감 방안 마련해달라”
8대 금융지주 및 은행연합회 “연내 최종방안 발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권을 향해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개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 등으로 국내 경제를 바닥에서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 범위에서 (일괄 만기연장·상환유예) 종료 후 높아진 이자 부담 증가분의 일정수준을 직접 낮추고 (차주가) 체감할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도 “그동안 각 금융회사별로 상생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국회에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 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권이 예대마진을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이자수익을 일부 포기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3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자체 상생금융 방안을 꺼내놨지만 당국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각 금융지주별 1000억원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구체적 수치나 규모를 포함된 상생방안이 제시되진 않았다. 다만 8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향후 발생할 이자 부담 일부를 줄이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최종방안을 연내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감원이 발표한 ‘2023년 3·4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은행의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9%(3조6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