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송영길이 보이는 광기 관전법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3.11.24 17:00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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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도를 넘는 발언을 하고 있다. 3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이미 대통령 빼고는 거의 모든 정치 요직을 거친 정치인인지 믿기지가 않는 수준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그의 정치 행적을 돌아보면 좋게 말해 선 굵고 눈치 살피지 않는 황소 같은 우직함이 강점이고, 나쁘게 말해 시대 흐름과는 맞지도 않는 낡은 이념을 고집하는 시대착오가 약점이라 할 것이다. 자료를 뒤져보니 몇 가지 책을 썼는데 ‘그래, 황소처럼 이 길을 가는 거야’라는 제목의 책도 있고 ‘벽을 문으로’라는 제목의 책도 있다. 나름 좋게 해석하자면 우리 사회의 각종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고 황소처럼 우직하게 뚫어내겠다는 결의도 느껴진다. 둘 다 그가 40대이던 2000년대에 쓴 책들이다.

그런데 송 전 대표를 비롯한 낡은 ‘386’들은 이미 1980년대에서 정신적 사고가 멈춰선 집단이다. 이들은 이미 21세기 들면서 설 자리를 잃어야 했다. 그러나 때마침 노무현 열풍이 불면서 다시 소환되었고 정치 만능 바람을 타고 ‘정치하는 386’들은 과분한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그 맨 앞에 연세대 송영길과 우상호가 있었다. 고려대 김영춘은 도중에 길을 잃었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 시대를 맞아 사그라지는 듯했다. 실은 그때 물러났어야 했다. 회생한다 해도 시대 변화에 대한 뼈를 깎는 공부와 한국 사회에 대한 철저한 재인식을 통해 시대에 맞는 세계관을 장착해야 했다.

공자가 말했다. 세상이 자기를 써주면 나아가 도리를 행하고 써주지 않으면 도리를 마음에 품고 수양과 공부를 해야 한다고. 소인배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귀담아듣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적어도 공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군자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명심해야 할 격언이다.

이들은 여전히 자기 진화와 변신은 하지 않은 채 진영 간 정치 놀음에만 푹 빠져 시간을 보냈다. 만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를 잘해 탄핵을 당하지 않고 무난히 퇴임만 했어도 송영길 같은 시대착오적인 구닥다리 386들이 되살아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을 만들어낸 일등 공신인 셈이고, 그 바람을 타고 송영길 같은 386들이 되살아났다. 그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386 축에도 끼지 못하던 조국 전 장관이 ‘진보집권 플랜’ 운운하는 정치공학서 하나 쓴 공로로 민정수석을 하고 온 나라를 친일-반일 싸움으로 나눠버린 촌극이다.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의 자식 입시 비리를 둘러싼 수사 문제로 다 죽어가던 보수진영에 윤석열이라는 뜻하지 않은 선물이 떨어져 어렵사리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 보수진영, 즉 국민의힘이란 어떤 정당인가? 자기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은 의원 하나 없었던 정당이다. 보수진영의 이 같은 무책임은 역으로 송영길 같은 시대착오 386들이 계속 정치에 머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일, 즉 낡은 386을 일거에 밀어낼 수 있는 새로운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일은 그대로 지금 정권 앞에 놓여 있다. 하는 일도 없이, 할 일도 없이 의사당에 남으려는 무능한 세력은 밀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더 이상 송영길 같은 과거 민주화 공훈(功勳) 팔이 정치인이 발붙이지 못하고 대한민국이 가야 할 방향을 깊이 고민하는 새로운 세력이 여의도에 대거 입성하는 일이야말로 2023년에서 2024년에 이뤄내야 할 정치 개혁의 핵심 아니겠는가? 이 과제를 등한시하고 내부 권력 놀음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제2, 제3의 송영길이 광기를 부리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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