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앞세워 “자영업자 이자 깎아라”…선별 지원에 형평성 논란도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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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고금리 소상공인 이자 경감” 주문
‘횡재세’ 지렛대 삼아 기여 확대 압박…2조원대 지원안 전망
성실상환 차주는 혜택 없어…당국 “서민 금융 따로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상생금융’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로 고통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리 부담’을 ‘직접 낮추고 체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강구할 것으로 주문한 것이다. 경감 규모는 2조원 수준이다. 야당이 발의한 횡재세 법안을 언급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금융권은 연내 최종방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금융권 이자수익은 전 국민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지원대책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및 연체자에 대한 탕감 등이 주를 이뤄왔기에 이들을 제외한 성실상환 차주 등의 불만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원 대상·규모·방식 가이드라인 내린 정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 등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해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는 은행연합회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생금융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당국과 간담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서다.

전날 당국은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대규모 상생금융안 지원을 요청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상(자영업자·소상공인), 규모(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방식(이자 경감)을 거론하며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준은 제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횡재세에 준하는 규모의 방안을 내놓으라는 공개 압박을 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횡재세법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추정하면 은행들에게 부과되는 횡재세는 약 1조9000억원 가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민주당이 횡재세로 제시한 1조9000억원보다는 많아야 국민 정서에 부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약 2조원대 규모의 기여금을 요청한 셈이다.

이에 8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며 “세부적인 지원규모 등 최종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려운 분 많지만 취약계층 지원 우선”…성실상환 차주 부글부글

당국은 일단 가계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 지원에 집중하기로 한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어려운 분들이 많지만 일단 자영업자하고 소상공인 등 우리 사회가 제일 먼저 신경 써야 될 취약계층에 지원한다”며 “서민 금융은 금융 프로그램이 따로 있다”며 지원 대상 확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형평성 논란도 번질 모양새다. 금융권이 사회공헌 형식으로 진행할 이번 방안의 자금 출처는 이자수익이다. 하지만 이는 전 국민에 해당하는 금융소비자에게 나온 것인데 특정 계층에만 수혜를 준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고물가는 누구나 마찬가지 상황인데 연체 없이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는 일반 성실상환 차주 입장에선 대규모 지원 방안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형평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자영업자 채무를 최대 90% 탕감해주고, 청년층에겐 이자를 깎아주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채무조정이 성실하게 빚을 갚는 이들과 형평성에 어긋나고, 고의로 연체를 일으켜 빚을 탕감 받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새출발기금은 당초 예상보다 지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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