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메기’ 한동훈·원희룡 그림자에 가려진 與사령탑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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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은 ‘전국구 행보’, 元은 ‘험지行 예고’…김기현은 결단 ‘침묵’
“金, 불출마가 당에 도움” vs “안정적 리더십으로 승리 견인”

‘스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등판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의 존재감은 갈수록 사라지는 모양새다. 임기 초부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꼬리표가 붙었던 김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혁신위원회의 용퇴 압박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험지출마로도 총선 승리 견인이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설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시사저널
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시사저널

‘셀럽 듀오’에 ‘인요한’까지, 샌드위치 된 金?

최근 한동훈·원희룡 장관은 총선을 다섯 달가량 앞두고 몸 풀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 장관은 대구·대전에 이어 오는 24일 울산도 찾는 등 전국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을 50명 이상씩 결집시켜 ‘셀럽(유명인)’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지자들 앞에서 “여의도(국회) 화법 대신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도 선언했다. 사실상 ’총선 출사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원희룡 장관도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험지 출마’를 공식 시사했다. 그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장 센 상대와 붙고 싶다”고 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천 계양을 격돌’도 예고했다. 이에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화답했다.

두 장관이 이슈몰이를 하면서 김기현 지도부의 존재감은 갈수록 분산되고 있다. 당초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윤심’의 지원사격으로 대표직에 올랐다는 평이 만연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를 수습하고 비교적 안정된 당무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10월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민주당에 참패하며 ‘책임론’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김기현 지도부는 위기 수습을 위해 김 대표와 선출직을 제외한 구성원을 물갈이했다. 여기에 인요한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도 출범시키며 본격 쇄신에 나섰다. 다만 인 위원장이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이며, 오히려 지도부에 향해있던 이목까지 분산시켰다. 민주당의 전 혁신위원도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김 대표와 지도부는 허수아비가 된 느낌이다. 용산은 물론 당 내부로부터도 샌드위치처럼 이리저리 치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연내 통과 촉구를 위한 주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류층은 정치권에 빚 많아 결단 어려워”

특히 김 대표는 혁신위와 주류층이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사안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결단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리더십 실종에 일각에선 김 대표의 역할에 기대를 걸지 않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가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데, 본인이 험지에 출마한다 해도 총선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겠나”라며 “김 대표가 차라리 험지출마도 아닌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기현 지도부가 해체되고 비대위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이나 원 장관 등 인지도 있는 인물로 간판 역할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 지도부에선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에 대해 “당초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단 후방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메기(경쟁자)’들을 모으고 지원해 총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역 당 지도부와 국무위원들의 입장차가 다른 만큼, 지금의 존재감 대비효과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은 정치 시작 단계고 원 장관도 현역의원이 아닌 만큼 정치권에 비교적 빚이 없다”며 “하지만 김 대표는 정치권에 빚이 많다. 본인 지역구도 있고 당대표직도 있으니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로 처해있는 입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 추세에선 여권의 총선 지휘체계가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 장관은 대선주자에 능력도 출중한 만큼, 앞으로 대선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원 장관도 직접 험지에서 싸우겠다고 하니 (당에선) 얼마나 고맙겠나”라며 “반면 주류층은 정치권 빚으로 결단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당원의 바람과 거꾸로 가고 있으니 계속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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