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김치’로 감소세였는데…‘중국산’에 또 발목 잡힌 ‘김치 종주국’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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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흑자’ 또 물 건너가나…고물가로 중국산 김치 수입량 다시 늘어
수출에서 답 찾는 한국…해외 ‘김치의 날’ 제정 등 본격 추진

김치의 날(11월22일)을 맞아 김치의 세계화 전략과 수출 실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치 수출국은 올해 처음으로 90개국을 넘었고, 수출액 역시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K푸드’로서 김치의 역량도 주목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김치의 날’을 지정하면서 앞으로의 김치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김치 종주국’의 ‘김치 흑자’는 올해도 물 건너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치의 날(11월22일)을 맞아 김치의 세계화 전략과 수출 실적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김치의 날(11월22일)을 맞아 김치의 세계화 전략과 수출 실적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중국산 김치 수입량이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위생 문제로 줄었던 김치 수입…22년부터 다시 늘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김치 중 99.9%는 중국산이다.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지난 2020년까지 늘어나다가, 2021년 감소세로 돌아섰다. 남성이 알몸으로 물에 들어가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담긴, 일명 ‘알몸 김치’ 영상이 확산하면서다. 비위생적인 소금물과 녹슨 굴삭기 등이 해당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중국 김치 공장과 중국산 김치에 대한 위생 논란이 일었다.

당시 소비자들이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 움직임을 보이자,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고려한 외식업계는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국산 김치를 사용하면서 대응했다. 이로 인해 2021년 연간 김치 수입량은 24만607톤으로, 코로나19로 외식 수요가 크게 줄었던 2020년(28만1187톤)에 비해 4만 톤 이상 줄었다. 수입량이 가장 많았던 2019년(30만6050톤)에 비해 무려 21.4% 감소했다. 이로 인해 김치 무역수지는 12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김치 흑자’가 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과 2021년 두 차례뿐이었다.

그러나 원재료 가격 폭등과 치솟는 물가로 인해 2022년 김치 수입량은 다시 증가했고, 김치 무역수지는 1년 만에 다시 2211만6000달러(약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가뭄으로 인해 주요 농산물 가격이 대폭 뛰면서, 비싼 국산 김치 단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외식업계에서는 중국산 김치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중국산을 사용하면서 국내산이라고 거짓 표기하는 곳들이 적발되는 사례도 이어졌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김치 원산지 등을 속여 적발된 사례는 전체 원산지 표기 위반 건 중 25%에 달했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 김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식품 매장에 김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중국 김치 단가 하락…국산 김치와 3배 차이

최근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해제되면서 식자재 마트를 통해 납품되는 중국산 김치 수입 단가가 10% 이상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식당에 공급되는 국내산 김치와 중국산 김치 가격은 3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물가 상황에 민감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산 김치 사용이 늘어나면서 수입량도 함께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김치 수입량은 23만6815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5% 늘었다.

김치 수출량에 방점이 찍히면서 ‘K김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정작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 수입 김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올해도 흑자 달성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 등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김치 수입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 수입량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천일염을 할인 가격에 공급하는 등 김장 관련 비용을 줄여 외식업계의 부담을 안정화하고, 국산 김치 사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발표한 ‘2023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에 따라 농산물 비축물량을 확대하고 대파 등에 할당 관세를 적용해 원가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국산김치 자율 표시제’ 등을 통해서도 국산 김치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국내산 김치 유통 확대를 위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김치산업진흥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연방하원 감독위원회는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을 12월6일 본회의에 올려 채택하기로 했다. 사진은 2022년 12월 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치 데이' 행사에서 연방하원 의원들이 김치 요리를 담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하원 감독위원회는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을 12월6일 본회의에 올려 채택하기로 했다. 사진은 2022년 12월 6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의회 도서관에서 열린 '김치데이' 행사에서 연방하원 의원들이 김치 요리를 담는 모습 ⓒ연합뉴스

수출이 답?…코로나19 이후 김치 효능 주목

다행히 김치의 위상은 ‘수출’에서 입증되고 있다. 올해 1~10월 한국 김치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일본으로, 전체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과 네덜란드, 영국, 홍콩, 대만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북미와 유럽 국가들로의 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K콘텐츠가 거론된다. 한국 콘텐츠에 등장하는 한식 장면으로 인해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가 주목을 받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해외 국가들의 김치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상 등 김치업체들도 미국 캘리포니아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외에서도 연이어 김치의 날 제정에 나서고 있어, 김치 수출은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미 미국 워싱턴 D.C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주, 뉴욕 주 등 12개 주·시가 김치의 날을 제정하거나 선포했다. 지난 6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가 남미 최초로 김치의 날을 제정했고, 영국 런던 킹스턴 왕립구도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인 올해부터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공식 제정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김치의 날을 공식 기념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 연방하원 감독위원회는 11월22일을 김치의 날로 정하는 결의안을 12월6일 본회의에 올려 채택하기로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김치의 날을 본격적으로 확산시켜 해외 김치 소비 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수출을 확대하면서 ‘김치 흑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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