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에 충실하자”…잇단 개편 나선 신세계, 오프라인 강화 선회?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2 1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기 인사 이어 그룹 컨트롤타워 전략실까지 개편
8년 만의 전략실장 교체…이명희 회장 방향타 잡나
점포 줄였던 이마트 “내년 5개 점포 부지 확보”

신세계그룹이 지난 9월 때 이른 정기 임원 인사에 이어 최근엔 경영전략실 개편까지 나섰다. 특히 8년 만에 전략실장을 교체하며 경영 쇄신의 고삐를 죄고 있다.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시키면서 그룹의 방향성을 다잡겠다는 의지다. 특히 전략실은 이명희 회장의 직속 조직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이 전보다 그룹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8년 만의 전략실장 교체…이명희 입김 세지나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17일 기존 그룹 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한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지난 9월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 이은 연이은 조직 개편이다.

신세계는 이번 전략실 개편을 대해 “경영전략실을 그룹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안정적으로 보좌하는 본연의 업무를 강화, 최고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룹의 미래 지속 성장을 이끄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새 경영전략실이 맡을 것이란 설명이다.

전략실장 수장도 8년 만에 교체했다. 주인공은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다. 임 신임 경영전략실장이 겸직해 온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이주희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가 겸직하게 된다. 임 대표는 지난 9월 인사 이후 신세계프라퍼티와 함께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도 겸직해왔다.

이번 전략실 개편을 두고 재계 일각에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뒷받침할 조직 강화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세계가 ‘최고경영진 보좌라는 본연의 업무 강화’라는 키워드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아울러 임 대표가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복합몰 ‘스타필드’ 사업을 비롯해 청라 돔 야구장 사업, 화성국제테마파크 등의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터라 이 같은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경영전략실의 성격을 자세히 봐야한다는 해석도 있다. 경영전략실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직속 조직이다. 이 회장은 경영전략실을 지렛대 삼아 그룹에 영향력을 펼쳐왔다. 이런 상황에서 8년 만의 경영전략실장 교체는 그룹에 조금 더 입김을 넣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임 대표는 신세계 경영지원실에서 과장, 팀장, 상무보를 역임한 후 2011년 5월 그룹 경영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개발·신사업 PJT 상무를 지낸 바 있다.

재계에선 전략실 개편을 정기 인사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백화점, 이마트 대표 등 계열사 대표 25명 가운데 약 40%를 차지하는 9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정용진의 남자’로 불린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가 임기 2년을 남기고 물러났고, 2020년 말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대표직 사임 이후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복귀시킨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해임됐다. 대신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이들의 자리를 채웠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전략실 출신 인사들이 전진 배치됐다는 것은 이 회장이 이번 인사를 진두지휘했다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지휘봉을 들고 그룹 경영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 ⓒ이마트 제공
한채양 이마트 대표 ⓒ이마트 제공

이마트부터 오프라인 강화“신규 출점 재개하겠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지난 수년간 SSG.com, 지마켓 등 주로 온라인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온 행보를 뒤로 하고 오프라인 강화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디지털 피보팅’을 앞세운 온라인 강화는 지난 몇 년간 정 부회장이 내세웠던 사업 기조였다.

변화의 조짐은 그룹의 핵심인 이마트에서 감지된다. 이마트는 최근 오프라인 강화로 기조를 선회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9일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신세계그룹 전략실 부사장 출신으로 지난 9월 인사를 통해 이마트 및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3사 대표를 맡았다.

그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점포 출점 재개도 알렸다. 이마트의 영업 기반이자 주요 성장 동력인 점포의 외형성장에 방점을 찍고, 내년 5개 점포의 부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매장 수는 트레이더스 포함 2020년 160개였지만 올 상반기 기준 154개로 줄었다. 지난 4월엔 본점 격이던 서울 성수점마저 오픈 22년 만에 폐점했다.

이런 행보는 지난 2~3년 간 보여왔던 비주력 사업에 투자해온 것과는 결이 다르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3조5591억원),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KC컴퍼니) (486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16억원), SK와이번스(현 SSG)(1000억원) 등을 사들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마트의 차입금은 4조원 넘게 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매출액에서 이마트가 쿠팡에 뒤지며 유통공룡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며 “결국 원래 잘하던 ‘오프라인’부터 제대로 사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연쇄 조직 쇄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