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한 김대기 실장의 결단
  •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4 09:05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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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피아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 있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얼마만큼 많이 변하느냐 하는 점이다. 야당이야 내심 대통령이 변하지 않거나 나쁘게 변하기를 바랄 것이다. 반면 집권 세력이나 지지층, 중도 유권자층은 가급적 빨리 과감하게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허물을 돌아보고 자세를 낮춰 당과 국민의 소리를 두루 듣는 겸손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 사실 이런 변화는 진영의 유불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에게 원하는 일일 것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산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산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정부 2기’가 시작됐다는 느낌 확 줘야

윤 대통령을 자랑스러워하고 묻지마 응원하던 사람들조차 대통령의 미래를 염려하며 그의 자세 변화, 방향 전환을 주문하는 소리를 많이 한다. ‘강서 패배’ 40일이 지나면서 집권층에 이런저런 각성과 결의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변화의 속도와 방향, 규모에 미심쩍은 생각이 든다. ‘윤석열 정권 2기’라는 느낌이 확 들 정도로 성격과 태도가 바뀔 필요가 있다. 얼굴에 화장이나 하고 마는 수준이라면 실망이 클 것이다. 대통령실은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권력 심부의 내면과 역학관계에 밝은 이들이 최근 지적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문제에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의 책임이 크며 정점에 김대기 비서실장이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한테 쓴소리를 잘 안 하고 심기를 살피는 데 치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세상의 다양하고 새로운 의견들을 듣는 데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지지율이 30~40% 박스권에 숨 막히듯 갇혀 있는 사태는 역대 어느 대통령 시대에도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건 이상하다.

두 번째로 집권 세력을 형성하는 세 축, 즉 당(국민의힘)·정(정부내각)·대(대통령실) 인적 쇄신의 기대와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는데 용산 대통령실만 고요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당내 중심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의 불출마 선언 혹은 험지 출마 문제를 놓고 정치 생명을 건 밀어내기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김대기 비서실장의 살신성인이 필요한 때

정부내각에서는 한동훈·원희룡·박민식 등 10개 가까운 부처의 장관들이 앞날이 불투명한 선거판에 몸을 내던지려 한다. 이들은 아마 여당 후보 당선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가장 어려운 수도권 험지로 차출될 것 같다. 당과 내각에서 죽기 살기를 각오한 듯한 변화가 꿈틀거리는 마당에 대통령실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고육지책을 내놓는 게 도리이자 원칙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실이 집권 세력을 이끄는 리더십을 상실할지 모른다. 지금 보이는 당과 내각의 꿈틀거림들은 용산의 솔선수범이 없다면 물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 집권 초기와 달리 이젠 대통령실에서 권한 행사에 상응하는 신상필벌이 엄격히 이뤄져야 당과 정부, 산하 기구들과 공공기관의 기강이 서는 시절이 되었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실무 역량과 따뜻한 인품으로 대통령의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엘리트 관료 출신에다 청와대에 여러 차례 근무한 노련함도 있다. 최근엔 대통령 관저에 붙어있는 비서실장 공관으로 이사를 가 물리적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두 사람의 개인적 거리가 좁혀질수록 내년 선거가 어두워지리라는 전망은 당·정, 심지어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오는 실정이다. 대통령의 신임이 클 때 김대기 실장이 살신성인의 용단을 내린다면 본인에게 명예롭고, 윤 대통령의 부담도 덜어주고, 국민의 걱정도 줄어들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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