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압승’에 네덜란드 100만 무슬림 충격…빌더르스 “인간쓰레기” 발언 유죄도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1.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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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당, 쿠란 금지·모스크 폐쇄 등 ‘탈이슬람화’ 주장
무슬림 “충격과 공포”…빌더르스 총리직 미지수
23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자유당(PVV) 대표 게르트 빌더르스가 선거 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자유당(PVV) 대표 게르트 빌더르스가 선거 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총선에서 ‘탈이슬람화’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 자유당(PVV)이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둬 네덜란드 내 무슬림의 인권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 시각) 전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60) 자유당 대표는 이슬람을 “정신적으로 지체된 문화”, “낙후된 종교”로 칭하며 쿠란 금지, 이슬람 사원 폐쇄, 무슬림 국가 출신 이민 봉쇄 등 네덜란드의 ‘탈이슬람화’를 내세워왔다.

2016년 선거 유세에서는 모로코인들을 “인간쓰레기”라고 불러 차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빌더르스 대표는 투표일이 임박하자 이슬람 혐오 발언을 자제했으나 22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다시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에게 돌아갈 것이고, 망명 쓰나미와 이민은 억제될 것”이라며 유권자들 바람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유당이 선거에서 득표일 23.6%로 하원 150석 중 37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오르자 네덜란드 무슬림 사회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무슬림과 정부 간 연락기구의 무흐신 콕타스는 “네덜란드 무슬림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법치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나는 정책을 가진 정당이 이렇게 득세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모로코인 단체 대표인 하비브 엘 카두리는 “몹시 괴롭고 공포스럽다”며 “빌더르스가 우리를 2등 시민으로 치부할까 두렵다”고 네덜란드 ANP통신에 말했다.

터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정당 ‘덴크’(DENK)의 스테판 판바를러 대표는 “자유당이 최대 정당이라는 사실은 100만 무슬림에게 위협이 된다. 빌더르스는 그들의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며 “선거 결과에 축하받을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유당이 최다 의석을 확보해 빌더르스 대표가 연립정부 구성 협상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가 총리 자리에 오를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2017년 창당한 자유당은 다른 정당들의 반대로 여태 한 번도 연정에 참여하지 못했고, 이번에도 자유당을 제외한 좌파 또는 우파 연정이 구성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네덜란드 관료 출신인 컨설팅업체 메들리어드바이저스의 페페인 베르흐선은 자유당을 제외한 연정이 구성될 수 있다면서도 “빌더르스를 무시하기는 몹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빌더르스 대표의 친정이자 현 집권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의 딜란 예실괴즈-제게리우스(46) 대표는 자유당이 총리를 맡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자유당과의 연정 구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제1당이 총리를 맡지 않았던 적은 1982년 총선 직후 연정이 마지막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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