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인사파동’ 흔들리는 국정원…尹, 수뇌부 교체 칼 뺐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6 19: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국 당일 김규현 원장·권춘택 1차장·김수연 2차장 사표 수리
인사잡음 따른 ‘경질’ 해석…후임 김용현·조태용 등 유력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6일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김수연 2차장 사표를 수리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사진은 11월1일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춘택 1차장(왼쪽부터),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26일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김수연 2차장 사표를 수리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사진은 11월1일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춘택 1차장(왼쪽부터), 김 원장, 김수연 2차장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잇단 인사파동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국가정보원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김규현 국정원장을 비롯해 수뇌부를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여러 차례 재현된 국정원발(發) 인사파동과 내홍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6일 김 원장과 권춘택 1차장(해외파트), 김수연 2차장(대북파트)의 사표를 모두 수리했다.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당일 국정원 수뇌부를 모두 교체한 것이다. 

인사 잡음과 관련해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던 김 원장과 권 1차장 등이 구체적으로 사표를 낸 시점과 자의로 사의를 밝힌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영국 공사를, 신임 2차장에는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홍 신임 1차장이 당분간 공석인 원장 직무대행을 맡을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김규현 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국가 최고 안보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 위상을 재정립하고 우방국 정보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임 1·2차장에 대해 "해외정보와 대북 정보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월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편으로 귀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거듭되는 내홍…대통령실, 후임 국정원장 인선 착수

정치권과 정보 당국 안팎에서는 국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 교체가 사실상 '경질' 성격을 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사저널은 11월10일자 <[단독]권춘택 국정원 1차장 경질…"김규현 국정원장 교체설에 대한 문책 성격">, 11월24일자 <[단독]국정원 3차 전쟁..."대통령실, 권춘택 1차장 주가조작 기업 연루 혐의 확인"> 기사를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검찰 출신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022년 10월 임명 4개월 만에 돌연 물러난 것을 시발점으로 내홍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후 내부 갈등과 반목은 더 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6월 윤 대통령 재가까지 난 국정원 1급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특정 인물이 인사전횡을 휘둘렀고 이로 인해 물러난 뒤로도 여전히 김 원장에 입김을 작용, 이 여파로 인사 번복 사태까지 초래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외교관 출신'의 김 원장을 견제해 왔던 '공채 출신' 권 1차장의 비위 의혹도 불거지며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6개월 전 윤 대통령이 김 원장을 재신임하면서 일정 부분 봉합 수순으로 가는 듯 했지만, 결국 반 년을 넘기지 못하게 된 셈이다.  

정보기관의 내부 조직·인사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재현되고 이 같은 갈등 상황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국정원 신뢰도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최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며 추가 발사를 예고한 데다 우리 측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반발해 사실상 파기 선언을 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인 점도 악재다.  

대통령실은 후임 국정원장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원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니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정보기관 수장을 오래 비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최대한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 후임으로는 김용현 대통령 경호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