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어디 가세요”…‘선거제’ 침묵한 이재명, ‘대의원제’엔 열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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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제 축소’는 속전속결 추진…‘선거제 당론’ 결정엔 묵묵부답
계파갈등 다시 커질 우려도…“총선이 코앞인데 우선순위 모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핵심 사안인 ‘선거제’와 ‘대의원제’ 논의를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띄웠던 대의원제 축소 재논의에 대해선 “숙제를 안 한 느낌”이라며 열의까지 드러냈다. 반면 선거제 논의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급선무 사안은 회피한 채 대의원제에만 집중하면 당내 분란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재정 파탄 해결을 위한 민주당 지방정부 긴급 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제 발언 끝나기도 전에 자리 옮긴 이재명

최근 이 대표는 대의원제 축소 추진에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권리당원의 표 반영 비율을 확대하는 안을 당무위원회 표결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그는 최고위 직후 취재진에 “권리당원의 1인 1표제의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 걸음씩 점진적으로 바꿔나간다는 점을 이해하고 용인해 주시면 감사하다”고 밝혔다.

앞서 대의원제 축소는 김은경 혁신위에서 권고 사항으로 제시됐었다. 다만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장 총선을 앞두고 전당대회 룰부터 손보는 것은 맞지 않다며 반발이 나와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이 같은 당내 반발 기류에 대해 이 대표는 “당은 다양한 입장이 있고, 또 제도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게 아니라 서로 양해해야 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의견들을 모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이 대표는 선거제 논의에 대해선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도 선거제와 관련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의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중진인 김상희 의원의 선거제 발언 중간에 이석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의원이 “대표님, 말씀 다 들으셔야 될 텐데 어디 가시냐”고 물었지만 이 대표는 묵묵부답으로 의원총회장을 빠져나갔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왼쪽부터), 김종민, 이원욱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 전문가에게 듣는다' 세미나 시작 전 선거제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조응천(왼쪽부터), 김종민, 이원욱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 전문가에게 듣는다' 세미나 시작 전 선거제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천 담보로 꼼수정치” “공약 번복 말고 결단”

이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거제와 관련 소신을 밝혀온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가 대선 공약도 거스르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여당 쪽이 너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비협조적인 측면이 핵심 원인”이라면서도 “이 대표도 대선 공약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말씀했던 만큼, 병립형으로 번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선 이 대표에게 선거제 관련 입장을 ‘결단’하라는 압박도 나왔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제는 결단해야 될 때가 됐다”며 “당대표 개인적으로도 (입장 표명이 늦어지면) 좋지 않다. 억측이 자꾸 제기되고 공격이 들어오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리더십이 명확하게 서 있는 정당이 총선을 이긴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비명계 중진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26일 입장문을 통해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 이 대표의 결단을 요구한다”며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됐다. 위성정당 금지 입법을 결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제 퇴행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정신과 민주당의 길에서 탈선하는 것”이라며 “만일 우리 당이 국민의힘 핑계를 대고 병립형에 합의한다면 그것은 정치 야합”이라고 직격했다.

여기에 총선이 코앞인 상황에서 전당대회와 연관된 대의원제를 다시 꺼내드는 것은 당내 분란을 다시 키울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비명계 의원들도 이 대표가 우선순위도 고려하지 않고 계파에 유리한 사안에만 집중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명계 재선인 김종민 의원도 26일 ‘원칙과 상식’ 토론회에서 “개딸들의 목소리를 더 키우기 위한 방안으로 공천 때문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틈을 타서 하는 전형적 꼼수 정치”라고 직격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9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등 선거제 개편과 관련된 논의를 본격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민주당의 당론이 병립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 하나로 선택될 것으로 보인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자료 준비를 하고, 지도부도 논의해 29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관련 얘기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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