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생이 왔다” 재계 세대교체…총수 중용 부회장은 건재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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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그룹 통틀어 첫 70년대생 CEO 탄생
임원인사에서도 1970~1980년대생 전진 배치
물갈이 속 중책 맡은 부회장들, 두터운 오너 신뢰 증명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얼굴이 젊어지고 있다. 올해 재계 정기 인사에서 기존 1950~60년대생들이 퇴진하고 1970년대생들이 임원을 넘어 대표이사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본격적인 재계의 세대교체가 시작된 가운데 60세가 넘었지만 여전히 중책을 맡고 있는 인물들도 있다. 이들은 잇단 인사 칼바람 속에서도 그룹 총수의 전폭적인 지지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재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 1970년생 대표이사가 속속 탄생해서다. 지난 27일 단행된 삼성전자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부사장)이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으로 선임됐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DX부문장, 생활가전사업부장과 함께 겸임하던 사업부였다.

TV 개발 전문가인 용 사장은 삼성전자 TV 사업 성장에 마케팅과 개발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22년 12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업부장을 맡으며 기술·영업·전략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업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제공

용 사장의 승진이 눈에 띄는 이유는 삼성전자에 나온 첫 1970년대생 사장이기 때문이다. 용 사장은 1970년생이다. 그룹으로 넓혀 봐도 주요 계열사 사장단 가운데 오너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 1970년대생 사장은 용 사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이뤄진 LG그룹 인사에서도 1970년대생 사장이 배출됐다. 지난 25일 문혁수 LG이노텍 부사장은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문 사장 역시 1970년생이다. 문혁수 LG이노텍 신임 CEO는 LG이노텍 뿐 아니라 그룹 전체 계열사를 통틀어서도 첫 70년대생 CEO이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주요 계열사 CEO에 1970년대생이 기용되면서 세대교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LG그룹의 세대교체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로 빈 자리에는 1969년생 김동명 사장이 임명됐다. 권 부회장이 1957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CEO가 10년 이상 젊어졌다.

임원 역시 한층 젊어졌다. 이번 LG의 정기인사를 통해 신규 임원이 된 99명 가운데 97%에 해당하는 96명이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이 가운데 1982년생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이 최연소 임원이 된 가운데 1980년대생 임원도 5명이 포함됐다.

삼성 역시 젊은 인재 중용이라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3분기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이후 7명의 임원으로 새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상무급 인원 4명 중 2명이 1981년생이다. 향후 이어질 삼성 부사장 및 임원 인사에서도 1970년대생은 물론 1980년대생 임원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2021년 3월 당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제 5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3월 당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삼성SDI 제 51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세대교체 광풍 속에서도 존재감 뽐내는 부회장들

무조건적인 변화의 바람만 부는 것은 아니다. 60세를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그룹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임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 60세 이상이 되면 물러난다는 ‘60세 퇴진’ 룰을 깨며 삼성SDI 내부에서 최초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던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은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1960년생인 전 부회장은 2010년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전 부회장은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통해 삼성의 미래 10년을 책임질 신사업 발굴을 전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그의 복귀를 놓고 일각에선 2017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부활이 아니냐는 분석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신 2010년 발족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의료기기 등 현재 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신산업을 포함한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 신사업추진단과 유사한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1957년생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도 인사 태풍 속에서 살아남았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이유로 용퇴한 가운데서도 그룹의 신뢰를 다시 얻은 것이다. 3M 수석부회장 출신인 신 부회장은 구 회장이 2018년 취임 당시 영입한 외부 인재다. 신 부회장은 구 회장 취임 당시 6인 체제였던 부회장단이 2인 체제로 재편되는 가운데서도 자리를 지켰다.

재계 관계자는 “1970년대생 CEO 선임을 통해 1960년생들에겐 암묵적인 퇴장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로 복귀한 전 부회장이나 유임된 신 부회장의 경우 총수의 큰 신뢰를 받으며 중용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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