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495바퀴 돌았지만 ‘오일머니’ 벽 넘지 못했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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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 투표결과, 리야드 119표 획득…부산은 29표
박형준 “尹정부 출범 이후에야 본격 유치전 뼈아파”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 검토도 시사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유치 시민 응원전에서 부산의 2030엑스포 유치가 무산되자 시민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몫으로 돌아갔다. 2014년부터 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은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28일(현지 시각)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부산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는 119표라는 압도적인 득표를 획득하며 1차 투표에서 개최지로 선정됐다.

리야드는 이날 투표에 참여한 165개국 중 가결 정족수 3분의 2(110표)를 얻으면서 결선 투표 없이 곧바로 개최지로 뽑혔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를 받았다.

한국은 애초 1차 투표에서 사우디가 가결 정족수 3분의 2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하며 이탈리아를 누른 뒤 결선 투표에서 사우디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송구스럽다”…박형준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 검토”

리야드의 개최지 선정에 대해 정부는 덤덤히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표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30 부산 엑스포를 위해 노력해주신 재계와 힘 써주신 모든 정부 관계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 부산 시민들, 국회의 만장일치 지원 등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치 활동을 위해 182개국을 다니며 얻은 외교적 자산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응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끝맺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방위적으로 활동에 나섰던 박형준 부산시장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시장은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패인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산은 전 세계로부터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 풍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19표를 얻으며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119표를 얻으며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선정된 사우디 대표단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아쉬운 결과…국민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

정치권은 위로와 격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위로의 말을 보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혼연일체가 되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자랑스럽다”며 “한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의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완의 성공이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을 또 봤다”며 “정부와 국회, 기업과 모든 국민이 ‘원팀’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82개 나라 정상에게 직접 엑스포 부산 유치를 홍보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기업·국민이 혼연일체로 뛰었던 그 땀과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민관이 일심동체가 되었던 이번 유치 활동은 대한민국의 힘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2014년 처음 엑스포 유치 의사를 밝힌 부산은 10년 동안 대장정의 길을 달렸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5월 부산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했고, 같은 해 11월 정부 유치기획단도 출범시켰다. 2021년 6월엔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신청서를 내며 본격 유치활동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해 5월 2030세계 박람회 부산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민간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이후 지난해 7월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꾸린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는 이날까지 500여 일간 지구를 495바퀴를 돌며 유치전을 펼쳐 왔다. 재계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우디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전면에 나서며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지난 6월엔 2030 엑스포에 78억 달러(약 10조원) 투자 카드를 꺼내며 유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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