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쾅’, 최악 지진 트라우마에 뜬눈…7년 전 악몽 소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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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주서 발생한 4.0 지진, 韓 역대 최대 5.8 당시 진앙과 인접
인적·물적 피해 없어…주민들, 2016년 공포 언급하며 “온몸에 소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4.0 지진과 관련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4.0 지진과 관련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30일 새벽 경북 경주시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2016년 9월 발생한 역대 최악 지진의 공포감을 떠올리게 한 이번 지진은 인근 지역은 물론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달았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4시55분24초께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발생 위치는 북위 35.79, 동경 129.42이며 발생 깊이는 12㎞다.

기상청은 발생 직후인 오전 4시55분께 규모 4.3으로 추정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내륙 지진의 경우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이후 수동 분석을 거쳐 규모를 4.0으로 조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 발생 후 1시간 사이(오전 5시50분까지) 5차례 여진이 있었다. 여진 중 최대는 오전 5시께 발생한 규모 1.5 지진이다.

지진계에 기록된 최대 진도를 살펴보면 경북이 5로, 경북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 등이 깨지는 곳이 나올 수 있다. 

울산은 진도 4로 기록됐다. 이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수준이다.

경남·부산은 3(특히 건물 위층 실내에 있는 사람은 현저히 느끼며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 강원·대구·대전·전북·충북은 2(조용한 상태 건물 위층 소수의 사람만 느끼는 정도)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5시께까지 소방당국에 접수된 유감 신고는 70건이다. 경북119에 접수된 신고가 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25건), 부산(6건), 대구(4건), 창원(1건) 등에서도 신고가 있었다. 현재까지 인명이나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든 가동 원전에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11월30일 오전 4시55분께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화면 속 모습은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돌남씨가 지진 발생 당시 지진을 감지하고 순간 가만히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힌 모습 ⓒ 연합뉴스
11월30일 오전 4시55분께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화면 속 모습은 경주시 감포읍 나정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돌남씨가 지진 발생 당시 지진을 감지하고 순간 가만히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찍힌 모습 ⓒ 연합뉴스

"건물 흔들려 다 뛰쳐나와" 2016년 지진 트라우마 호소

경주을 비롯해 경북·경남 주민들은 새벽 내내 여진 공포감에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경주 감포읍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돌남(60대)씨는 연합뉴스에 "가게 문을 열고 정리하는데 억수로(엄청) 심하게 '빵' 소리가 크게 났다"라며 "건물이 흔들려서 3층에서 아들, 며느리, 손자가 다 뛰어 내려왔다"고 했다.

이씨는 "놀라서 벌벌 떨며 한참 있다가 다시 (건물 안으로) 올라갔다"라며 "너무 많이 흔들렸다. 피해는 없었는데, 진동은 많이 느꼈다. 매대가 많이 흔들거렸는데, 옛(2016년) 지진 노이로제가 있어서, 가게 문을 열고 바깥으로 먼저 나갔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새벽께 진동을 느낀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한 시민은  "꽝 소리와 함께 침대와 몸이 흔들렸다. 바로 재난문자가 울려서 상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6년 경주·포항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의 트라우마가 소환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포항·경주 지진을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온몸에 소름 끼치는 느낌"이라며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경주에 거주하는 한 50대 시민은 "2016년에 지진이 났을 때 가족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상당 기간을 엄청난 공포에 시달렸는데 이번에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안정을 되찾기 힘들다"며 "추가 지진이 이어질까봐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은 2016년 9월12일 국내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9·12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가깝다. 경주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9·12 지진은 발생 직후엔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가 추후 별도의 단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9·12 지진을 분석한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작년 원자력안전규제정보회의에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을 38.44㎢로 추정하면서 한 번의 지진단층운동으로 내남단층 최대 면적이 파열되면 모멘트 규모(Mw)로 규모 5.6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모멘트 규모가 5.0만 돼도 제2차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과 에너지 양이 비슷하다.

11월 30일 4시55분24초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발생 위치는 북위 35.79, 동경 129.42이며 발생 깊이는 12㎞다. ⓒ 기상청
11월 30일 4시55분24초께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 지역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발생 위치는 북위 35.79, 동경 129.42이며 발생 깊이는 12㎞다. ⓒ 기상청

올해 한반도·주변 해역 지진 99번…이번 지진 두번째로 커

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는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이 99번 났다. 

이번 지진은 99번의 지진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가장 컸던 것은 지난 5월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서 발생한 4.5 지진이다.

국내에서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연평균 규모 2.0 이상 지진 횟수는 70.6회로, 올해는 한반도에 지진이 많이 발생한 해로 꼽힌다. 현재까지 지진 횟수만으로도 올해는 1978년 이후 4번째로 지진이 잦은 해다.

연간 지진 횟수 1~3위는 9·12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의 영향이 있었던 2016~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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