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병립형’ 간보다 진퇴양난?…이낙연·김부겸에 ‘친명’까지 압박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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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막론 75명 의원 ‘위성정당 방지법’ 가세…당내 원로들도 총출동
‘이재명 체제’도 위기?…이낙연 “사법 리스크 대표로 총선 치르겠나”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선거는 결과로 이겨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제의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시사하면서 당내 여론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모양새다. 본인의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과거로 퇴행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친명(친이재명)계를 포함한 민주당 75명 현역의원은 물론,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 당 원로들도 압박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이번 선거제 내홍으로 총선모드까지 공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현실론’ 이재명에 친명 일부도 반발 조짐?

최근 이재명 대표의 선거제 관련 의중은 ‘병립형 회귀’로 감지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선거는 승부인데 이상적 주장을 멋있게 하면 무슨 소용있겠냐”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급의 폭주와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발언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이나 위성정당을 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진성준 의원도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런 현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병립형으로의 회귀를 생각하는 의원들이 절반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실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거대 정당이 위성정당 창당의 유혹을 느끼니 막을 방법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명분이 부족하다’며 반발이 터져 나왔다. 처음 포문을 연 것은 이탄희 의원이었다. 그는 “당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본인의 현 지역구(용인정) 불출마를 28일 선언했다. 이 의원의 결단을 계기로 이 대표를 향한 압박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당내 중진인 김상희 의원 등 민주당 소속 75명 의원들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함께 제출하며 이 의원에게 가세했다. 이중엔 김두관, 민형배 등 친명계 의원들도 포함됐다.

특히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며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주도하는 ‘원칙과 상식’은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요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선거제 개편에 앞장서 왔던 김종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는)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얘기”라며 “소탐대실”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낙연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를 비롯한 당내 원로와 중진들도 총출동해 이 대표를 포위했다. 이 전 대표는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다당제에 도움이 되는 선거제를 가져오는 게 맞다”며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하는 준연동형제 유지가 시대 요구에 더 맞다”고 각을 세웠다. 또 김동연 지사도 “정치개혁 결의문에 전 당원 94%의 지지로 채택한 바 있다”며 “바른 길, 제대로 된 길을 민주당이 먼저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당내 거센 반발에 이 대표와 지도부도 당황한 분위기다.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당초 예정됐던 29일 의원총회를 하루 미룬 이유도 이 대표가 작전을 새로 짜기 위해서였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도 적잖이 당황한 느낌”이라며 “병립형 회귀를 단정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이정도로 많은 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9일 오후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말 바꾸기’에 친명도 실망감 번져”

일각에선 총선모드까지 공고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친명 내부에서도 검찰개혁 방향 등 각종 기조를 놓고 이상 기류가 감지된 바 있다. 일부 강성층은 ‘검찰전쟁’ 기조를 두고 “최근 당내 기류에 답답하다”며 “공천을 두고 셈법을 따지는 느낌도 든다”고 시사저널에 전하기도 했다. 선거제를 두고도 김두관·민형배 의원 등이 소신파에 가세하면서 친명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됐다.

여기에 최근 이낙연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명계도 지도부 흔들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까지 재소환해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당연히 할 만하다”며 “당내 민주주의가 억압됐다”고 직격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전 대표가 최근 김종인 전 위원장과 만난 사실까지 알려지며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혹여 이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당내 비명계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할 경우 민주당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친이낙연계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이번 선거제에서 이재명 대표가 보인 태도를 통해 이 대표의 공약은 허상이고 속내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가 진정한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며 “일부 친명 인사들도 실망감을 표출하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신당도 계속 나오는 만큼 이재명 체제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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